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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인들이 아포리아 시대를 헤처나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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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중소기업부 기자) 중소기업중앙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제12회 KBIZ CEO혁신포럼’을 열었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중소기업인들의 리더십 향상을 위해 김상근 연세대 신학과 교수가 ‘군주의 거울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을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해 배조웅 부회장 등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및 중소기업 대표 350여명이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김상근 교수는 “아포리아(Aporia)시대에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아포리아 시대란 그리스어로 길이 막힌 것처럼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태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뜻합니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포리아를 극복하기 위해 ‘군주의 거울’(그리스 현자들이 쓴 책들)을 펼쳐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플라톤의 ‘국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역사’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서는 잘못된 리더의 모습을 반면교사 삼을 수 있고 ‘키루스의 교육’에서는 참된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스에 닥친 첫번째 아포리아는 페르시아 전쟁입니다.그 다음은 펠레폰네소스 전쟁이었습니다.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미국 네오콘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교정책의 교과서라는 평가입니다.

플라톤과 크세노폰에 대한 비교가 재미있었습니다. 크세노폰과 플라톤은 서로 호의적이지 않았고 경쟁상대처럼 ‘향연’, ‘소크라테스의 변론’ 등 같은 주제의 책을 썼다고 합니다. 특히 플라톤의 ‘국가론’을 반박하기 위해 ‘키루스의 교육’을 썼습니다.

키루스 대왕은 페르시아제국의 건설자(재위 BC 559∼529)로 메디아를 멸망시키고 에크바타나를 수도로 뒀습니다. 박트리아·칼데아 등을 함락시켜 이집트를 제외한 오리엔트를 지배했습니다.

김 교수는 키루스 대왕의 사례를 통해 정의, 법, 자발적인 복종, 동행 등을 설명했습니다. 키루스 대왕의 어머니는 “정의에 대해서는 법에 근거하는 것이 옳고 그렇지 않은 건 옳지 않다”며 “판결로 정의를 내리는 사람은 언제나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줬습니다. 출전을 앞둔 아버지는 아들 키루스에게 부하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느냐고 묻고 키루스는 “충성하는 자에게 명예를 주고 그렇지 않은 자에게 처벌과 불명예를 주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아버지는 “좋은 일이 생기면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그들과 함께 슬퍼하라”며 ‘동행’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가르쳐 줍니다.

키루스는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확립한 왕입니다. “해보려는 의지가 있고 가장 용감하게 실천하는 사람이 가장 큰 보상을 받는다면 우리들의 용기가 한층 더 높아질 것입니다. 반대로 모든 사람이 균등한 보상을 받기 때문에 겁쟁이도 다른 사람과 같은 보상을 받게 된다면 우리들의 용기는 소멸할 겁니다.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입니다.”

그는 지휘관들에게 군사들보다 약간만 빠르게만 이끌라고 지시합니다. 그래야 군사들이 쉽게 따라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싸움 장소가 달라지면 싸우는 방식도 매번 바꿨습니다. 장남 캄비세스에게 남긴 유언에서는 “내가 아직 왕위에 있을 때 물려주는 이 왕위를 신의 선물로 받아들여라. 하지만 너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힘든 일에 집중해야 하고 여러가지 걱정거리에 괴로워하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내가 했던 것과 같은 경쟁에 시달리고 작전을 짜고 또 상대의 작전을 알아내야 하는 왕의 일이 결국 너의 행복을 방해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가업상속이나 2세 경영에 대한 창업주의 메시지와 오버랩이 됐습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키루스의 교육이 제시한 아포리아 시대의 돌파구를 5가지로 요약했습니다. △개인의 의지가 아닌 법에 의거한 정의의 실현 △동행하는 삶, 파토스의 리더십 △평등한 기회 제공과 공정한 보상 △상황에 따른 전략의 신속한 변화 △자신의 행복을 포기할 수 있는 자세 등.

중소기업인들의 삶에 투영된 키루스의 교육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은 회사라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보상도 해줘야 직원들이 따릅니다. 또 직원들의 희로애락 등 애환을 함께 하는 동행의 삶이 필요합니다. 매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합니다. 늘 회사 걱정 때문에 본인의 삶이 다른 길을 걸었을 때보다 덜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 교수는 ‘희망의 씨앗’을 키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체 근로자의 99%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이 온 몸으로 피가 돌게하는 사회의 모세혈관이기 때문입니다.(끝)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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