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증가하는 분노범죄...‘욱’하는 감정 대처법 제시하는 책 잇따라 선봬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윤정현 문화부 기자)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다 못해 범죄로 이어지는 ‘분노범죄’가 매일 같이 뉴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순 폭행부터 상해, 살인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 914건 중 화를 못 참아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가 300건이 넘을 정도입니다.

이런 가운데 ‘욱’하는 감정과 그로 인한 분노범죄를 미연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신과 심리뿐 아니라 뇌과학 측면에서 다양하게 분석하는 책들입니다. 우선 '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세종서적)는 주변의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과대자기증후군’을 통해 살펴봅니다. 책은 분노라는 감정과 실제 살인이라는 행동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파고 듭니다.

무차별 살인사건, 환각이나 망상이 요인인 경우도 있지만 전문가들이 수개월에 걸쳐 정신 감정을 해도 범행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 될 ‘이상’한 점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회를 향해 분노하는 것과 실제로 살인으로 이어지는 실천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단번에 건너뛰어 버렸다는 점이 분노범죄 사건들의 공통된 이상(異常)성입니다. 과대자기증후군을 불안정한 애착의 문제로 풀어가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과대자기’란 하인즈 코헛의 자기심리학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아동기에 나타나는 가장 미숙한 자기애 단계로, 자신을 전능하다고 여기고 어머니가 자신의 모든 욕구를 들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성장하면서 성취나 단념을 통해 현실적인 자존, 자신감으로 변하는데 이를 제대로 겪지 못하면 자기애성 인격 장애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과대자기증후군에 빠진 사람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존재를 인식하는 일입니다. 이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이들에게 안전 기지가 돼 주는 일도 중요합니다. 비가 올 때 우산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필요한 규칙을 가르쳐주고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자기를 반성하는 능력과 따뜻한 체험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분노범죄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이기적인 사회 속에서 평소 쌓인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해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죠. ‘욱’과 결이 조금 다르지만 '살리에리를 위한 변명'(플루토)은 우리가 시기와 질투, 분노와 원한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리는 이유를 심리학적 뿌리에서 찾습니다. 뇌과학자와 심리학자가 함께 쓴 책입니다. 저자들은 부정적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쓸데없는 자책감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책은 분노와 원한의 심리학적 근원을 설명하고 현실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려줍니다. 시기와 질투를 구분한 것도 재밌습니다. 시기는 나도 갖고 싶지만 아직 갖지 못한 것을 남이 먼저 가졌을 때 느끼는 씁쓸함이고, 질투는 내가 갖고 있지만 남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상태라는 겁니다. 오래 쌓아둔 분노는 원한이 됩니다. 책에서는 이런 감정에 시달리고 괴로워하지 않으려면 자존감을 높이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갑자기 폭발하지 않는 기술'(갈매나무)은 분노를 느끼는 주체의 입장에서 서술합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 마음을 다스리는 법 등을 다룹니다.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피해의식 등이 커지고, 그런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은 스트레스 때문에 이성이 한계에 다다르는 것을 뇌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어떤 상태인지 살펴봅니다. 스트레스로 이성이 잘 제어되지 않을 때, 찰과상을 입었을 때 붙이는 반창고처럼 활용할 만한 응급 대처법도 소개합니다. 또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자기조절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생활습관도 유용해 보입니다. (끝) / hit@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