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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나르코스 멕시코' 공개... 범죄 천국 멕시코는 현재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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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국제부 기자)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지난 16일 ‘나르코스-멕시코’를 공개했습니다. 콜롬비아의 파블로 에스코바르 등 전설적인 마약왕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나르코스의 네 번째 시즌입니다. 이번 시즌 촬영지를 섭외하러 멕시코에 간 스태프가 살해되기도 했습니다.

나르코스의 이야기는 지금도 벌어지는 현실이라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멕시코는 시장, 경찰조차 마약조직의 손에 살해되는 등 ‘막장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7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 기간에만 48명의 후보자가 암살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 문명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현실을 보도했습니다. 기사는 한 무리의 중년 여성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진흙 바닥을 헤메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시작됩니다. 자식의 시체라도 찾으려는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입니다. 딸의 사진이 프린트된 흰 티셔츠를 입은 엘리자베스 오르테가 라는한 여성은 3년전 실종된 딸을 찾고 있습니다. ‘소망(꿈)은 이뤄진다’는 글귀가 적힌 옷을 입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실종자를 찾아다니는 단체의 회원들입니다. 2006년 이후 강력사건으로 25만명이 사망하고 3만7000명이 실종된 멕시코의 비참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멕시코의 살인 범죄 희생자 수는 한국과 비교하면 대략 열배가 넘고, 미국의 살인율(10만명당 4.9명)과 비교해도 5배 이상 되는 수치입니다.

살인으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암울합니다. 올해 1월부터 9월 사이 살인사건 발생 건수만도 작년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WSJ는 지금까지 몇 명의 멕시코인들이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다만 희생자의 가족, 수사 전문가들과 정부 모두 실종자 수 3만7000명이란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합니다. 멕시코 전역에서 실종자 검색에 힘 써온 단체 세라패스의 대변인 낸시 가처는 실종자 10명 중 단 4명만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멕시코 정부는 살인 사건의 원인으로 마약 공급선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갱들에 의한 살해와 납치에 이은 금품요구, 강도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찰과 공모를 통한 범죄도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화제로 떠오른 온두라스나 엘살바도르 출신 ‘캐러밴’ 이민자들은 특히 범죄에 많이 희생됩니다. 마약 카르텔과에 살해돼 쥐도새도 모르게 땅에 묻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범죄를 피해 고향을 떠났음에도, 미국으로 향하는 길목인 멕시코에서 고작 돈 몇푼 때문에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현실입니다.

멕시코만의 베라크루즈 지역은 거대한 무덤으로 불립니다. 지난 9월에는 최소 174구의 시신이 암매장된 채 걸프만 인근 베라크루즈에서 발견됐습니다. 매장된 시신 중에는 6개월 된 유아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작년 12월엔 이 지역의 다른 야산에서 296명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멕시코 정부가 실종자와 신원미상 사망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최근엔 시체 안치소가 만원입니다. 멕시코 서부 잘리스코주의 과달라하라에선 시체 안치소가 모자라 157구의 신원 미상의 시신을 보관한 냉동 트럭에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WSJ의 기사는 이 같은 비참한 현실을 전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근본적으로 멕시코의 마약 문제는 인접한 강대국 미국의 책임도 크다고 합니다. 멕시코의 마약 생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시작됐습니다. 미국은 부상한 참전 군인들에게 진통제를 공급하기 위해 멕시코 농촌지역에 대마와 아편의 재배를 장려했다고 합니다. 전쟁 종료 이후 이를 불법화했으나 수백만 명에 이르는 미 전역 군인들은 이후에도 계속 마약 수요자가 돼 멕시코 마약 산업은 호황을 계속했고 가난한 멕시코인들은 계속 마약 산업에 가담했습니다.

이 같은 역사가 지속되면서 마약 카르텔의 힘은 중남미 국가들의 정부의 힘을 넘어서고, 공권력도 포섭하게 됩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해 ‘멕시코의 폭력과 미국의 마약수요’라는 글을 통해 “미국이 물리력으로 멕시코의 마약전쟁을 지원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미국내 수요자를 단속해 줄여야 한다”며 “미국 내 마약 범죄자들을 감옥에 넣어 벌주는데 그치지 말고 약물 치료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갱생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끝) /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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