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라이프스타일

SNS에서 '롱보드' 스타는 누구?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강홍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눈 떠보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는 말에 해당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스타들의 인터뷰에서나 들을법한 이 스토리는 최근 ‘롱보드여신’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주애(31)씨에겐 딱 들어맞는 얘기다. 하루아침에 SNS 스타로 떠오른 이 씨는 3년 전 우연한 기회로 맺은 롱보드와의 인연이 그 계기였다.

학창시절, 온실 속 화초처럼 남부럽지 않게 살아 온 이주애 씨는 3년 전 부모의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고비를 맞게 된다. 학비며, 용돈이며 모든 걸 부모에게 의지해 온 이 씨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돈 걱정 없이 살았는데, 갑자기 아버지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생계까지 걱정해야 했어요. 정말 순간이었죠. 그 무렵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까지 겹치면서 머리도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에 친구 몇 명과 한강엘 갔어요. 그때 롱보드를 처음 보게 됐죠.”

우연히 찾은 한강에서 롱보드 동호회를 본 이 씨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바람을 가르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보드 위의 사람들이 마냥 부럽고 멋져보였다. 그동안 특별히 취미랄 게 없었던 이 씨는 무난히 학교 졸업 후 미술 교사가 되는 것이 부모의 꿈이자 이 씨의 목표였다.

더군다나 보수적이었던 집안 분위기로 인해 이 씨에게 일탈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시 찾은 한강에서 롱보드 동호회의 문을 두드린 건 이 씨였다. 어떤 약도 듣지 않았던 답답증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워낙 집안 분위기가 보수적이라 처음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어디 여자가 보드를 타냐’고 혼나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여중, 여고, 여대, 여대학원을 나와서 그런지 주변에 얌전한 친구들이 많아요. 보드 탄다고 하니 ‘그 나이에 보드가 어울리기나 하냐?’ ‘결혼할 나이에 무슨 보드야’ 라는 말만 하더라고요. 그 얘길 들으니 갑자기 오기가 생겼어요. ‘내 인생 내가 즐긴다는데 무슨 상관이야’라며 보드에 입문하게 됐죠.(웃음)”

일주일에 한 번 동호회원들과 모여 보드를 즐기던 이 씨는 문득 자신이 어떤 자세로 보드를 타는지 궁금해졌다. 그때부터 자세 교정과 새로운 기술 습득을 위해 롱보드를 타는 영상을 촬영하고 모니터링 했다.

“보드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관련 정보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회원들끼리 영상을 촬영해 보면서 자세 교정을 하곤 했죠. 처음엔 15~20초 정도 되는 짧은 영상을 편집 없이 SNS에 올렸어요.”

지난해 4월, 벚꽃이 만개한 어느 날 회원들과 벚꽃나들이를 떠난 이 씨는 흩날리는 벚꽃 사이에서 보드 영상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 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였지만 다음날 이 씨의 SNS엔 팔로워 5000명 신청, 영상 조회 수 4만 3500회, 좋아요 4000개 이상 기록돼 있었다.

“아침에 눈 떠보니 인스타그램 팔로워 신청자들이 엄청 늘어나 있었어요. 어안이 벙벙하더라고요. 제가 올린 영상을 여기저기서 공유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신기했어요. 그때부터 영상 촬영 때 의상부터 편집까지 신경 쓰기 시작했죠.”

이 씨의 롱보드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동시에 의류 브랜드와 기획사의 러브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의상 협찬부터 광고 촬영까지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일들이 물밀 듯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유명세를 탈수록 이 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어릴 적부터 목표하던 인생과 느닷없이 찾아온 기회의 방향은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술 교사를 꿈꾸다가 한 순간에 인생이 바뀌어버린 거잖아요. 진로를 놓고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지금은 결정한 상태예요. 얼마 전 비행기에서 본 영화 ‘라라랜드’ 중에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가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됐어요. 미래를 걱정하면서 살기보단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누구도 살아주지 않는 제 인생이잖아요.”

요즘 길거리를 다니면 사진 요청도 종종 받는다는 이 씨는 롱보드 뿐만 아니라 프리다이빙, 기타에도 푹 빠져있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가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있는데, 수영은 잘 못하지만 물속에서 노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요즘 기타도 배워요.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은 여자들의 로망이거든요.(웃음)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위치에서 열심히 즐길 거예요.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인생이잖아요. 즐기면서 열심히 도전하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웃음)” (끝) / khm@hankyung.com (출처 캠퍼스잡앤조이)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