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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50%"하루 한끼도 못먹는 가난때문 탈북"...교육,종교 목적 탈북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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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읍 의원 입수한 국정원 탈북 사유 현황 보고서
10년간 탈북자 1만7063명 중 49.2% '극심한 생활고'로 탈북
“하루 한 끼도 못먹거나 굶어죽을 만큼의 극심한 기아"
김태훈 한변 대표 "평양은 쇼윈도 도시...김정은 집권후에도 가난 극심"
北 1100만명 영양부족...짐바브웨 우간다 나이지리아보다 심각
체제불만 탈북은 올들어 급감...문재인 정부 출범후 대북기조 바뀐 영향
자녀 교육, 종교의 자유 등 탈북자 비율은 5%에서 23%로 급등
김도읍 "김정은 사치품 수입 40억불...쌀 구입했다면 식량난 해소했을 것"

(안대규 지식사회부 기자) 극심한 굶주림을 견디다못해 탈북한 사례가 단순히 체제불만으로 탈북한 사례보다 6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탈북자 1만7000여명 가운데 50%가량은 ‘하루에 한끼도 먹지 못하는 극심한 가난’이 싫어 탈북한 것으로 조사됐다. 체제가 싫어 탈북했다는 비율은 7.6%였다. 올해들어 자녀 교육, 종교의 자유 등을 목적으로 한 탈북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한 ‘탈북자 사유·유형별 현황’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9월까지 탈북해 국내 입국한 사람은 1만7063명으로 집계됐다. 2009년 2914명에서 점차 줄어 지난해 1127명으로 반토막났다. 올들어 9월까지는 808명을 기록했다.

1만7063명의 탈북 사유를 조사해보니 가장 많은 49.2%(8405명)는 ‘생활고’때문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생활고란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상태(사진·북한 보육원 어린이들)”나 “굶어죽을 만큼의 극심한 기아 상태”라고 국정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생활고 탈북자 비율은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당시 38.2%로 줄었다가 2015년 60%로 오른뒤 50%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인권 전문가인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대표는 “최근 TV에 평양의 발전상이 방영됐지만 평양은 쇼윈도처럼 꾸며진 도시”라며 “북한 대부분 지역은 아직도 극심한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는 북한 인구의 약 43%인 1100만명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이는 10년 전 영양부족 비율(35%) 보다 악화된 것이다. 아일랜드 최대 구호단체(컨선월드와이드)도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 중 40%가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며 북한의 기아수준은 짐바브웨, 우간다, 나이지리아보다 심각하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다른 탈북 사유로는 ‘주변의 권유 및 동반 탈북’(31%), ‘체제불만’(7.6%), ‘처벌 우려’(4.9%), 기타(7.1%) 등이 뒤를 이었다. 체제불만에 따른 탈북자 비율은 지난해 15.7%(177명)에서 올해 2.7%로 급감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대북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처벌 우려’는 북한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 우려를 의미하며 최근 마약사범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 개선과 자녀 교육, 종교의 자유 등 기타사유의 탈북자 비율은 작년 5%(평년 5~7%)에서 올해 23%로 크게 뛰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중국 발전상에 놀라 자유 국가에서 ‘잘 살아보겠다’며 탈북하거나 자녀에게 나은 미래를 보여주려 탈북한 자, 종교 탄압을 피해 떠난 북한내 기독교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도읍 의원은 “북한이 사치품 수입엔 앞장서면서 북 주민의 기본적인 생존권 조차 챙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북한이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후 작년까지 자동차 시계 귀금속 등 호화 사치품 구입에 쓴 돈은 40억달러를 돌파했다. 작년 사치품 수입에 쓴 외화로 쌀을 구입했다면 식량 부족량(80만2000)의 2배인 165만여의 쌀을 살 수 있었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끝) /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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