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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또 다시 유임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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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금융부 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전격 교체됐습니다.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이 교체될 당시 김 부총리는 유임됐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경기지표 악화에 더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결국 두 명 동시에 물러나게 됐죠. 이로써 문재인 정부 집권 1기 경제팀 중 아직까지 남아있는 장관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세 명뿐입니다.

남아있는 세 명 중 관료 출신은 최 위원장이 유일합니다. 그는 지난 6월에 이미 한 차례 교체설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청와대가 한 국책은행 회장을 대상으로 평판조회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 위원장이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었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혁신’과 ‘재벌개혁’ 등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권 내부에서 제기됐습니다. 이렇다보니 ‘금융 홀대론’, ‘최종구 패싱’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1년 5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선 최 위원장을 바라보는 관가와 금융권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무색무취한 전형적인 관료’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각종 현안이 터질 때마다 ‘뚝심’을 발휘하며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던 가계대출이 올 들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은 것은 금융권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최 위원장의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지난해 7월3일 청와대가 최 위원장 내정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언급한 내용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가계대출을 옥죄기 위해 내놓은 잇단 부동산 규제도 성공적이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을 강타한 ‘가상화폐’(암호화폐)라는 돌발악재를 잠재우는 데도 최 위원장의 역할이 컸습니다. 당시 법무부 등 일부 부처에선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라는 강경론까지 대두됐지만 최 위원장이 앞장서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및 모니터링 강화 등을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이렇다 할 금융시장의 혼란이 없었던 것도 최 위원장의 ‘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 기업구조 혁신펀드 조성방안, 동산금융 활성화 방안 등을 추진한 것에 대해서도 금융 전문가들은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금호타이어와 한국GM의 구조조정도 무리없이 추진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시민단체와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최 위원장의 뚝심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현 정부의 핵심 실세로 평가받는 참여연대로부터 ‘적폐세력’으로까지 공격받았지만 최 위원장은 “정부가 할 일은 해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최 위원장이 규제 개혁에 나선 결과’라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선 적지 않습니다.

최 위원장이 유임에 성공하면서 향후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데 정부 부처 중 금융위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금융위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핵심 과제들의 성과도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2기 경제팀에서 최 위원장이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원회로 새롭게 출범한 후 역대 위원장의 평균 임기는 1년 10개월입니다. 초대 전광우 위원장은 10개월만에 자리에서 물어났고, 이어 진동수 김석동 신제윤 임종룡 전 위원장들도 2년 가량 일하다가 교체됐습니다. 금융위원장의 임기는 3년입니다. 과연 최 위원장이 역대 위원장 중 유일하게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끝) /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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