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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이젠 '비건'으로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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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동물 복지가 우리 사회의 주목할 만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채식주의를 적극 실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계란, 우유처럼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식재료는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이들을 ‘비건(vegan)’이라고 부르는데요. 패션업계에서도 거위나 오리 등 동물의 털을 아예 쓰지 않는 이른바 ‘비건 의류’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 털 대신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충전재를 사용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푸마에서 나온 롱패딩, 리복의 올웨이즈 롱 벤치코트는 ‘피버볼패딩 WB200’이란 인공 털을 옷 속에 넣습니다. 168년 역사의 독일 섬유업체 프로이덴베르그사에서 만든 소재로 실제 오리털과 비슷한 느낌을 살렸다고 합니다. 물에 젖어도 쉽게 마르고 햇빛 속 자외선 차단 기능도 있습니다. 패션업체 디키즈는 ‘레마논’, 마블은 ‘덱스필’을 패딩 속 재료로 씁니다. 모두 신소재 충전재입니다.

신소재를 사용한 옷은 거위·오리털을 사용한 롱패딩과 비교해봤을 때 가격도 저렴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푸마, 리복, 마블 패딩은 10만원 대 중반, 디키즈는 9만9000원으로 다운 소재에 비해 경제적입니다. 세탁기에 넣어서 빨 수 있고 털 뭉침 현상도 적어 관리가 수월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그래도 실제 새 깃털이 들어간 옷으로 겨울을 나고 싶다면, ‘착한’ 방법으로 오리나 거위 털을 채취해 넣은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Certified)’ 인증 제품을 찾아봐도 되겠습니다.

RDS는 살아있는 조류의 깃털을 강제로 뽑는 등 비윤리적인 동물 학대행위를 하지 않고 사육,도축, 세척 및 가공, 봉제공장 등 깃털의 생산부터 완제품이 생산되기까지 모든 단계가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확인을 거친 글로벌 인증입니다.

‘아디다스골프 구스다운 벤치코트’와 ‘리복 헤비구스다운 롱패딩’ 등 RDS 인증 롱패딩을 파는 GS샵은 이들 제품의 인기가 높다고 설명합니다. 아디다스 제품은 29만8000원으로 홈쇼핑에서 파는 구스다운 치고 고가지만, 지금까지 4번 방송에 2만 벌이 팔려 나갔을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GS샵 관계자는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며 동물윤리 의식이 높아지고, 섬유 기술 발달로 착한 패딩의 인기는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겨울 옷차림, 같은 값이면 귀중한 생명을 덜 해치는 패션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끝) /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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