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검사들의 출세방정식이 바뀐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법무부가 ‘검사 인사제도 개편안’을 내놓은 후 현직 검사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수도권 연속 근무를 제한하는 인사 개편안을 놓고 대체적으론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인사 제도가 바뀌면서 검사들의 출세방정식도 기존과는 달라질 전망입니다. 지방에서 굵직한 사건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우선 지난 5일 법무부가 내놓은 검사 인사 제도 개편안(윤대진 검찰국장·사진)의 핵심 내용은 수도권 연속 근무를 없애는 것입니다. 검사가 되면 통상 지방에 있는 검찰청에서 첫 근무를 시작합니다. 검사는 2년마다 근무지를 옮기는데요. 한 근무지에 오래 있으면 지역 내 세력과 유착 관계를 맺을 수도 있어 이를 방지하고, 근무지 순환으로 조직에 활력도 불어넣기 위해서입니다. 검사들은 2년 주기를 일컬어 1학년이라 부릅니다. 검사들의 은어입니다. 가령 근무지 2곳을 각 2년씩 4년간 근무한 뒤 새로운 근무지로 옮겼다면 그 검사는 3학년이 되는 것입니다. 통상 3~4학년, 즉 6~8년차 때 수도권 진입 기회가 옵니다.

서울에 있는 서울중앙·서부·동부·남부·북부는 가장 인기 근무지입니다. 자녀 교육이 큰 이유입니다. 지방 근무만 하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점도 있습니다. 기러기 아빠는 남성 검사들 사이에서 흔한 모습입니다.

기존의 출세방정식은 1) 3~4학년(6~8년차) 때 수도권으로 진입한다 2) 대검이나 법무부로 옮겨 2년간 근무한다 3) 수도권 소재 지청에서 근무한다 4) 부부장검사로 승진한다 5) 부장검사로 승진한다 6)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맡는다 7) 지방검찰청에서 차장 검사를 단다 8) 검사장으로 승진해 지검장을 맡는다 로 요약됩니다. 대부분 능력을 인정 받은 검사들이 이런 엘리트 출세 코스를 밟는데요. 일부에서는 이런 검사를 일컬어 귀족검사라고도 합니다. 초반에 제대로 코스를 밟지 못하면 돌이킬 수가 없다는 불만 소리도 있습니다.

이번 인사 제도 개편으로 인해 앞으로는 수도권청에서 근무한 다음 다시 연속해 수도권에 근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좀 더 많은 검사들에게 수도권 근무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서울소재 지청의 한 현직 부장검사 A씨는 “모두가 서울로 오고 싶어하는데 일부 일 잘한다는 검사들에게 기회가 몰리다보니 나머지 검사들은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 인사로 이런 현상이 적어지면서 그동안 몰랐던 ‘일 잘하는 후배’들이 많이 발굴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방에서 근무중인 한 평검사 B씨는 “기회가 여럿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는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개편안은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하지 않으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요직 중 요직이기 때문이죠. 이 규정으로 인해 앞으로는 지방 요직이 인기 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특정 범죄를 전담하는 중점검찰청이 예로 거론됩니다. 중점검찰청에는 대전지검(특허범죄), 서울남부지검(금융범죄), 부산지검(해양범죄) 등을 비롯해 서울동부지검(사이버범죄), 서울북부지검(건설범죄), 의정부지검(환경범죄), 인천지검(국제범죄), 수원지검(첨단산업보호), 제주지검(자연유산보호) 등이 있습니다. 출세방정식이 바뀐다는 것이지요. 한 지방 부부장검사는 “수도권 근무는 요직에서만 한번 찍고 온 다음 지방중점검찰청에서 부장검사를 다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라며 “지방 요직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1) 수도권에 진입한 후 2)지방 요직을 맡아가며 부장검사까지 승진하고 3) 수도권 소재 지검 부장검사를 한번 거쳐 4)서울중앙지검으로 가는 코스가 출세의 길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가 지방 소재 검찰청의 인지 수사를 활발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통상 큰 사건은 중앙지검에서 하는데요. 각 지방검찰청의 형사부가 강화되는 동시에 그 안에서 굵직한 인지수사로 두각을 드러내려는 검사들이 나올 수 있단 겁니다. 서울에 있던 변호사가 지방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잦아질지도 모릅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큰 파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검사 인사제도의 작은 변화가 출세를 갈구하는 각 검사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또 그 변화는 국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끝) / kys@hankyung.com



사진설명: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사인사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