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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웹하드' 영업이익률 60% 달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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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디스크·파일노리 재무제표 들여다보니

(임현우 IT과학부 기자) 직원 폭행 동영상으로 파문을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실 그는 이전까지 언론과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국내 웹하드시장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라는 정도다.

웹하드는 많은 네티즌에게 익숙한 서비스지만 ‘음란물 유통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 위디스크는 음란물 방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양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20년 넘게 ‘정보기술(IT) 사업’을 했다고만 에둘러 밝혔다.

양 회장의 한국미래기술은 직립보행 로봇 ‘메소드-2’를 개발한 업체다. 연매출은 아직 수억원 수준에 불과하나 국내 연구진이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엔 키가 4m에 이르는 메소드-2가 사람을 태운 채 두 발로 걷는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미래기술은 일반적인 로봇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달리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않고 양 회장의 사재(私財)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운영업체의 재무제표를 보면 양 회장이 충분한 재력을 갖춘 자산가가 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위디스크 운영업체 이지원인터넷서비스는 2015년 203억원, 2016년 211억원, 2017년 210억원 등 해마다 2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수익성’이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각각 63억원, 48억원, 5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평균 2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와 동일한 수준(2017년 25.2%)으로 돈을 끌어모으는 ‘알짜 기업’인 셈이다.

파일노리를 보유한 선한아이디의 실적은 더 놀랍다. 이 회사 매출은 2015년 156억원, 2016년 161억원, 2017년 159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각각 75억원, 88억원, 98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50~60%대에 이르고 있다. 게임업체 등에서 특정 작품이 ‘초대박’을 터뜨릴 때 간혹 이 정도 영업이익률을 내기도 하지만 IT업계 전반적으로 볼 때 흔치 않은 기록이다.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선한아이디, 한국미래기술 등은 모두 2012년 7월 설립된 지주회사 한국인터넷기술원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주주 구성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대표이사는 양 회장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다만 양 회장이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최대주주로서 모든 자회사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IT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호실적을 낸 핵심 자회사의 지분법 이익이 반영돼 지난해 영업수익(매출) 145억원에 영업이익 134억원을 기록했다.

양 회장과 관련 업체들은 폭행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언론과 접촉을 모두 끊은 상태다. 경찰은 기존 음란물 유통 혐의와 더불어 이번 폭행사건을 병행 수사할 방침이다. 연일 폭로되고 있는 양 회장의 ‘기행’은 소문으로만 돌던 일부 IT기업 오너의 ‘제왕적 경영’ 행태가 극단적으로 곪아터진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큰 성공은 거뒀지만 조직문화는 발전하지 못한 IT업체가 테헤란로나 판교에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끝) /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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