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는 많은 네티즌에게 익숙한 서비스지만 ‘음란물 유통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 위디스크는 음란물 방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양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20년 넘게 ‘정보기술(IT) 사업’을 했다고만 에둘러 밝혔다.
양 회장의 한국미래기술은 직립보행 로봇 ‘메소드-2’를 개발한 업체다. 연매출은 아직 수억원 수준에 불과하나 국내 연구진이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엔 키가 4m에 이르는 메소드-2가 사람을 태운 채 두 발로 걷는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미래기술은 일반적인 로봇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달리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않고 양 회장의 사재(私財)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운영업체의 재무제표를 보면 양 회장이 충분한 재력을 갖춘 자산가가 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위디스크 운영업체 이지원인터넷서비스는 2015년 203억원, 2016년 211억원, 2017년 210억원 등 해마다 2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수익성’이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각각 63억원, 48억원, 5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평균 2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와 동일한 수준(2017년 25.2%)으로 돈을 끌어모으는 ‘알짜 기업’인 셈이다.
파일노리를 보유한 선한아이디의 실적은 더 놀랍다. 이 회사 매출은 2015년 156억원, 2016년 161억원, 2017년 159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각각 75억원, 88억원, 98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50~60%대에 이르고 있다. 게임업체 등에서 특정 작품이 ‘초대박’을 터뜨릴 때 간혹 이 정도 영업이익률을 내기도 하지만 IT업계 전반적으로 볼 때 흔치 않은 기록이다.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선한아이디, 한국미래기술 등은 모두 2012년 7월 설립된 지주회사 한국인터넷기술원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주주 구성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대표이사는 양 회장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다만 양 회장이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최대주주로서 모든 자회사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IT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호실적을 낸 핵심 자회사의 지분법 이익이 반영돼 지난해 영업수익(매출) 145억원에 영업이익 134억원을 기록했다.
양 회장과 관련 업체들은 폭행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언론과 접촉을 모두 끊은 상태다. 경찰은 기존 음란물 유통 혐의와 더불어 이번 폭행사건을 병행 수사할 방침이다. 연일 폭로되고 있는 양 회장의 ‘기행’은 소문으로만 돌던 일부 IT기업 오너의 ‘제왕적 경영’ 행태가 극단적으로 곪아터진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큰 성공은 거뒀지만 조직문화는 발전하지 못한 IT업체가 테헤란로나 판교에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끝) /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