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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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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P) 창업가의 꿈을 이루기에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시대라고들 말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소자본으로 하루아침에도 회사를 세울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홍보는 물론 피드백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의 문이 넓어진 만큼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하지만 그만큼 기본이 탄탄한 스타트업이 탄생하거나 실패해도 또 다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은 투자자나 창업자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그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더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자금 및 지지자들이 필요하다. 즉, 사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를 필요로 하는데 창업자에게 투자 유치는 성공을 향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과도 같다.

스타트업이 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도록 초기에 자본과 멘토링으로 힘을 보태는 사람들을 ‘엔젤투자자’라고 한다. 이들은 창업자의 아이디어에 그야말로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존재로 단순히 돈을 대주는 것 이상의 조언과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창업자의 성공을 바라는 동료 그 이상의 관계를 형성한다. 이런 엔젤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일단 창업자로서 유리한 출발선을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성공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대는 돈이 아니다. 사업은 투자한 돈과 비례하여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만 보더라도 돈은 그다음 문제다. 엔젤투자자들이 가치 있는 건 자신들이 투자한 사업에 대해 가장 현실적이고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엔젤투자자들은 대부분 창업으로 성공하여 부를 축적한 사람들로 그들이 가진 돈만큼이나 사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많다는 것이 이에 대한 증거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브라이언 코헨 또한 컴퓨터 잡지 발행인으로서 첫 창업의 길에 들어선 이래로 여러 사업을 이끌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이기 전에 성공한 창업가다. 창업가로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쌓고 투자자로서 수많은 사업계획을 접하면서 엔젤투자의 대가 반열에 오른 그는 창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엔젤투자자들 속내를 이 한 권의 책에 가감 없이 담았다. 즉 어떤 창업가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지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조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사업계획서를 손에 쥐고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창업가는 물론 아직 시도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창업가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창업 꿈나무들에게 투자 대가의 조언은 냉정하게 현실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투자자에게는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고르는 안목과 성공을 부르는 좋은 투자자의 요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당신이 창업자라면 투자자가 당신에게 발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단 한마디로 답한다. “바로 당신.” 즉 창업자는 그 자체로 잠재적인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창업자가 투자 유치를 위해 준비하는 피치나 그 밖의 모든 목적은 창업자가 투자자의 개인적인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에 맘을 놓을 만큼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사업을 매일 경영하는 것은 절대 투자자가 아니다. 모든 것이 창업자인 ‘당신’으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투자 유치 비법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자신을 진정성 있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짧은 시간 안에 투자자들에게 자신과 사업에 대해 인상 깊은 줄 수 있는 ‘엘리베이터 피치’에 대한 팁을 제공하거나 프레젠테이션 방법의 판도를 뒤바꾼 고 스티븐 잡스의 예를 들어 투자 유치 사업설명회와 같은 자리에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 비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와 같은 실전에 매우 유용한 팁들은 실제 그가 1000여 개의 벤처 사업계획 발표를 접하고 여러 대학교 창업 경연대회 심사를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리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기대하는 자질에 대해서도 저자는 목소리를 높이는데, 특히 과거에 혹 실패했더라도 창업을 시도한 경험을 매우 가치 있게 여기며 팀을 구성하고 이끌어본 ‘리더’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한다. 리더로서 영리하게 사람을 뽑아 작지만 강력하며 훌륭한 케미로 융화가 잘되는 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리더가 이끄는 올바른 팀은 불가능한 것도 해낼 수 있고, 혁신적인 결과를 창조해낼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 투자자가 창업가에게 얻고 싶은 확신은 이 일을 끝까지 추진할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창업자가 자신의 일이 삶에 있어 왜 우선순위인지 일에 대한 동기의식에 대해 투자자에게 어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인 코헨은 그의 자녀들에게 막대한 부를 물려주는 대신 스물여섯 살이 되기 전까지 “창업가가 되어라!”라고 훈육하여 어릴 때부터 그들을 미래의 창업가로 대했다. 그가 아이들에게 창업가로서의 정체성을 쌓아나가길 바란 이유는 창업가로서의 자질이 그들의 앞날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록 회사를 창업하거나 경영할 일이 없더라도 또 창업을 한 후 실패를 경험한다 해도 실제로 창업가로서의 자질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본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단순하게만 보더라도 창업가로서의 자질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고용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창업에 있어 그럴듯한 아이디어보다 창업자 본인의 자질과 마인드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자들은 언제나 아이디어나 사업체에 투자하지 않고 사람에 투자한다고 말한다. 즉 창업자에 대한 믿음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투자 유치를 위해 창업자는 스스로를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좋은 사업과 좋은 투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바로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창업자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엔젤투자자들이 비록 투자를 통해 돈을 벌기를 원하지만 창업자의 올바른 리더십과 훌륭한 실행이라는 요소가 있으면 재정적인 이득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코헨과 카도르는 엔젤투자를 상대가 서로 몸을 맞대고 싸우는 ‘컨택트 스포츠’에 비유한다.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강력한 정서적 유대감이 양쪽 모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엔젤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개인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이유로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신뢰와 교감 없이 단지 수익에만 목적을 두고 자신의 큰돈을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 엔젤투자자들에게 “당신은 왜 투자합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소위 투자로 자신의 대박을 꿈꾸는 경우도 많지만 진정으로 창업자들의 엔젤이 되어 성공을 돕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투자자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업자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창업자에게도 좋은 투자자를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 책은 그런 면에 있어서도 매우 유용한 팁과 정보를 제공한다. 피해야 할 엔젤투자 유형을 구분하여 알려주거나 엔젤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창업자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는 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가령, 엔젤투자자들은 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업자들에게 비슷한 과정을 겪어본 사람을 소개해주거나 채용에 있어서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창업자가 보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조언하거나 가장 중요하게는 추가적인 지분 투자 유치를 위해 애쓴다는 점이다.

창업자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끌어오는 것이 아닌 ‘투자자 유치’다. 한 종류의 돈은 또 다른 종류의 돈으로 대체 가능하지만 모든 투자자가 똑같은 가치를 가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제공하는 자본력 이상으로 스타트업이 발전해나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를 고르겠다는 의지야 말로 투자 유치의 근본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저자인 코헨은 “내가 왜 당신의 돈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혹은 “당신은 나를 위해 헌신적으로 임할 수 있습니까?”라고 자신에게 질문했던 창업가들을 아주 인상적이게 보았고 결국 그는 그들에게 투자했다.

투자자와 창업가, 양쪽 모두 성공을 판가름할 운명의 상대를 서로 알아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탐색하는 그 과정에 있어 얼마나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이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를 향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스타트업 운영 및 투자에 관한 얄팍한 기술이 아닌 창업과 경영, 투자의 기본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엔젤투자의 일을 자신의 소명이라 여기는 저자의 경험과 지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 동안 예비 창업가들은 어느새 창업에 대한 열망으로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것이고, 투자자는 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투자로 자신의 성공은 물론 자신이 누군가의 꿈을 이루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보다 좋은 투자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