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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광화문광장'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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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서 지식사회부 교육팀 기자) 경기도 화성 동탄 유치원 비리 항의집회,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에 대한 내부고발,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강요 논란….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장이 ‘온라인 광화문광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연락처를 가진 주변 지인들을 중심으로 모였던 기존 카카오톡 대화방과 달리 관심주제에 따라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채팅방을 말합니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동탄 유치원사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1일 동탄 센트럴파크에서 연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촉구 집회가 바로 오픈채팅방이 혁혁한 공을 세운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 11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유치원 비리 감사결과가 공개되자 오픈채팅방 ‘동탄 유치원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모임’이 결성됐고 곧 비대위로 전환됐지요.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고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각종 준비 작업도 이 채팅방에서 ‘품앗이’로 이뤄졌습니다. 지금도 오픈채팅방에는 학부모 1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철모 화성시장도 이 방에 들어와 “시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학부모들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재차 “성난 부모들의 요구는 상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기본적인 것조차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모두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픈채팅방이 익명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오픈채팅방에서는 본인이 평소 사용하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대신에 ‘카카오톡 프렌즈’ 캐릭터 프로필과 별도 닉네임을 설정해 신원을 감출 수 있습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손쉽게 참여 가능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특성에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장점까지 더해지면서 내부고발 통로로 활용되지요. 집회 계획 등을 빠르게 공유할 수도 있고요. 기자들이 방으로 들어와 언론보도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는 물론 경찰 등 관공서에서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민간 공익단체 ‘갑질119’는 오픈채팅방에서 직장 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으며 노동전문가 상담 등을 진행합니다. 간호사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해 논란이 됐던 성심병원 갑질 사건도 이곳에서 시작됐죠.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소속 지구대·파출소별로 총 95개의 ‘주민소통방’을 개설하고 탄력순찰 요청, 교통불편 등 민원신고와 범죄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끝) /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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