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북한에서 소를 죽이거나 ‘야동’보다 걸리면 사형 당할 수도 있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박종서 지식사회부 기자) 여러분들은 어떤 죄를 지어야 사형에 처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은 1997년을 마지막으로 사형이 선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어떨까요. 북한이탈주민(탈북자) 가운데는 소를 죽이면 사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답했네요.

대한변호사협회는 2006년부터 두 해 걸러 한 번씩 북한인권백서를 내고 있습니다. 백서에서는 탈북자 대상의 설문조사가 들어갑니다. 이번 조사에는 2015년 이후 한국에 들어온 43명 등 모두 50명이 참여했습니다. 백서를 보면 사형과 관련된 항목이 나오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백서를 만든 사람들은 조사 탈북자에게 “북한에서는 어떤 범죄를 저지르면 사형을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50%는 정치적 이유(반국가범죄, 김일성 일가에 또는 국가 비판)로 사형을 당한다고 답했습니다. 30%는 김정은 일가에 대한 발언만 잘 못해도 사형을 처해진다고 말했네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또는 책을 갖고 있는 경우, 남한과의 접촉(통신, 돈거래 등) 등과 관련해서도 사형될 수 있다는 응답도 24%에 달했습니다.

주관식 답변을 보면 조금 더 눈길이 갑니다. 인신매매나 마약을 거론하는 탈북자가 많았구요. 성인녹화물(음란물)을 보면 극형에 처해진다는 응답자가 2명이 있었습니다. 동성애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구요. 권력자가 재산을 뺏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눈에 거슬리면 죽인다는 말도 있네요. 이른바 빽없으면 사형을 당한다고 언급한 대목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한테 돈을 받으면 적선이라고 하는데 적선을 받으면 죽는다고도 했습니다. 소를 죽이면 죽인 사람도 죽을 수 있다고 2명이 이야기 했습니다. 정부 부처와 연결된 전화선(1호선)을 끊어서 팔아먹다가 처단되는 경우를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북한 형법은 “국가는 형법에 규정된 범죄에 대하여서만 형사책임을 지우도록 한다(제6조)”고 규정합니다. 죄형법정주의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사형을 허용하는 범죄는 국가전복음모죄(제60조), 테로죄(반국가목적의 살인·제61조), 조국반역죄(제63조), 파괴·암해죄(제65조), 민족반역죄(제68조), 마약 관련죄(제206조와 제208조), 고의적중살인죄(제266조) 가운데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입니다.

‘북한의 유형별 인권침해 실태’를 담당한 이지원 대한변협의 북한인권백서간행소위원회 위원(변호사)는 “반국가목적으로”,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 등 추상적이고 자의의 해석이 가능한 내용으로 규정돼 있어 자의적 생명권 침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형법의 부칙에는 재산범죄나 도주죄 같은 일반 범죄에 대해서도 “정상이 지극히 무거운 경우”라는 단서가 달려 있어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수단이라고 봤습니다.

설문 응답자들의 54%는 공개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되고 그 자리에서 형이 집행되는 것을 봤다고 답했습니다. 사형은 대부분 총을 통해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참고로 백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북한 인권과 관련해 응답자들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고 김정은을 제거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습니다. 북한이 싫어서 떠나기로 했을 테니 김정은 정권을 좋게 평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겠지요. 이를 감안하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끝) / cosmo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