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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택시기사가 당신을 거부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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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펴낸 ‘모빌리티 리포트’ 보니…

기상조건 나쁜 날 택시 호출 40~50% 급증하는데
출근하는 기사는 최대 30% 줄어 ‘수급 불일치’ 심화

(임현우 IT과학부 기자)화창한 낮에는 ‘빈차’ 표시를 켜고 달리는 택시가 그리 많은데, 날씨가 궂어지면 왜 갑자기 잡기 힘들어질까. ‘카카오T’(옛 카카오택시) 운영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발간한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출퇴근 인구뿐만 아니라 기상 상황에 따라서도 택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가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이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택시 공급 부족이 가장 심한 시간대는 오전 7~10시(출근시간), 오후 6~8시(퇴근시간), 오후 10시~익일 오전 2시(심야시간)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기상상황이 악화하면 수급 불일치는 한층 심해진다. 폭우와 폭설이 내리는 날 카카오T 이용자의 택시 호출은 평상시보다 각각 54%, 48% 뛰었다. 무더위가 심한 날에도 23%, 강추위가 닥친 날에는 3% 호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날에는 출근하는 택시기사 수가 평소보다 확 줄어든다. 혹한이 닥친 날에는 평소 대비 31%, 폭염에는 14% 감소하고 폭우나 폭설 때도 1~2%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기사들만 탓할 수 없는 것이, 젊은 기사의 유입이 끊기면서 운전자의 연령이 전반적으로 고령화하는 추세다.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택시기사 22만여 명의 평균 연령은 53.4세로 집계됐다. 40대 기사는 심야이나 새벽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류’를 차지하는 60대 기사의 운행은 오전과 낮 시간대에 집중돼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국내 택시요금이 해외보다 저렴한 점 역시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카카오 측은 “택시기사의 수입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니 더 많은 기사가 영업할 유인이 줄고, 직업으로서 택시기사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여행정보 사이트 ‘프라이스 오브 트래블’에 따르면 서울 택시요금은 3㎞ 주행 기준 2.8~5.4달러로 미국 워싱턴DC(7.5~11달러)나 일본 도쿄(9.1~11.8달러)를 크게 밑돈다. 1인당 GDP를 고려하더라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시간, 장소, 기상여건에 따라 택시의 수요와 공급이 크게 출렁이고 있어 ‘무조건 기본료 3000원’으로 묶인 고정적인 요금체계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간대 등에 따라 탄력적인 요금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사업구역 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정책을 고려해볼 만 하다는 것이다.

또 특정 시간대에 한해 카풀 서비스를 도입, 공급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카카오는 16일 ‘카카오T 카풀’ 서비스에 참여할 크루(개인 운전자)의 사전 모집을 시작했다. 다만 택시업계가 카풀 도입을 강력시 반대하는 점을 의식해 “정식 출시일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끝)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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