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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선수와 장타대회 전문 선수가 비거리 내기를 한다면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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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우 레저스포츠산업부 기자) 골프 드라이버 장타 기록은 늘 논란을 낳는다. 클럽과 공의 종류, 바람의 세기, 공이 떨어진 곳의 경사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비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장타대회나 골프대회에서 400야드 돌파, 500야드 돌파 등 놀라운 기록들이 쏟아지지만 뒷바람이 불었거나 내리막에 걸린 경우, 무언가에 맞아 운좋게 튀어 구른 것까지 포함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진짜 세계 최장타자는 누구일까?’라는 질문과, ‘장타대회 전문 선수와 PGA 투어 장타자가 겨루면 누가 이길까?’ 등의 궁금증이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일단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 최장타 기록은 2007년 마이크 도빈(미국)이란 선수가 월드롱드라이브챔피언십(WLDC)에서 기록한 551야드로 알려져 있다. 물론 뒷바람의 도움을 받은 결과지만, 이후 이 기록은 공식, 비공식, 투어, 비투어 대회를 통틀어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여자 역시 지난해 이 대회에서 필리스 메티(뉴질랜드)가 기록한 406야드가 최고 수치다.

모두 ‘장타전용 환경’에서 만들어진 기록들이다. 장타대회 전문 선수들은 대개 48인치(일반인은 45인치)에 달하는 긴 클럽과 미국골프협회(USGA)나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공식 대회 제한 규격(4인치)을 넘어서는 특수티를 쓴다. 15cm에 달하는 ‘롱-롱티’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일반 대회의 페어웨이(약 20~50야드)보다 2배쯤 되는 60야드 넓이의 대회장에 공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라 페어웨이가 개미허리처럼 좁다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비해 클럽을 맘껏 휘두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PGA 투어의 장타파워도 이에 못지 않다. 2003년 샷링크가 PGA 투어의 경기 데이터를 수집해 관리하기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공식적인 최장타는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가 2004년 기록한 476야드다. 기네스북에 오른 공식 대회 최장타는 마이크 오스틴(미국)이 1974년 US 내셔널 시니어 오픈에서 기록한 515야드다. 협회 규정에 맞는 제한된 용품을 써야하고 좁은 페어웨이에 공을 떨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들이다. 하지만 모두 내리막 경사에서 얻어진 결과들이어서 평지에서 자웅을 겨루는 장타대회 기록들과 1대 1로 겨루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래서 새롭게 주목받는 장타 척도가 클럽 헤드 스피드다. 바람이나 경사, 장비의 종류와 상관없이 가장 빨리 채를 휘두를 수 있는 능력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비거리를 추정하기가 쉽고 객관적이다. 지난해 볼빅 월드롱드라이브챔피언십 장타대회 우승자인 저스틴 제임스(미국)의 헤드스피드는 우승 당시 시속 149마일을 찍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승 비거리는 435야드였다. 헤드 스피드 1마일당 비거리 2.9마일을 날린 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대회에서 예선 탈락한 모리스 앨런(미국)의 헤드 스피드다. 그는 이 대회보다 앞선 2016년 체코 프라하 월드롱드라이브챔피언십에서 488야드를 날렸다. 이 때 헤드 스피드가 164마일을 기록했다. 한국 남자 아마추어 골퍼들의 헤드 스피드가 대개 90마일 안팎임을 감안하면 무시무시한 속도다. PGA 투어 최장타자 군으로 꼽히는 더스틴 존슨(미국)이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토니 피나우(미국), 게리 우들랜드(미국), 브룩스 켑카(미국) 등이 121~124마일 정도로, 오히려 이런 PGA 장타자들이 초라하게 느껴질 판이다. ‘외계인’이란 소리를 듣는 게 이상하지 않는 속도다.

PGA 투어도 끊임없이 ‘장타 신인류’가 유입되고 있어 장타대회 전문 선수들의 기록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2018~2019 시즌 PGA투어 첫 대회 세이프웨이오픈에서도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 놀라운 기록이 쏟아졌다. 이 대회에서 공동 25위를 차지한 캐머런 챔프(미국·사진)가 평균 헤드 스피드 129.61마일을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 샷 데이터가 측정된 이래 평균 속도로는 사상 최고기록이다. 지난 2017~2018시즌 헤드 스피드 1위인 키스 미첼이 평균 124.83마일(최고 129.08)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약 5마일이 빨라졌다. 골프 다이제스트는 “기존의 장타자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스피드를 보여줬다”며 놀라워했다. 어느 정도의 정교한 샷이 필요한 대회이다보니 100%의 스피드를 내진 않았을 거라는 추정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시즌이 지날수록 투어에서 ‘마(魔)의 벽’으로 여겨졌던 평균 130마일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기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 상금 상위자 자격으로 올해 PGA 정규투어에 입성한 챔프는 이미 지난 시즌 웹닷컴 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343.1야드를 기록해 PGA 투어 장타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PGA 투어가 점점 장타 전쟁터로 변모하는 건 대다수 대회에서 장타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코스세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스처럼 정교한 단타자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일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고 PGA 투어 코스는 점점 전장 8000야드에 가깝게 길어지면서도 러프나 해저드가 장타자들에겐 별다른 장애물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투어에선 지금 ‘밤 앤 가우지(bomb & gouge)’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말 그대로 폭탄을 떨구듯 장타를 날린 뒤 페어웨이든 깊은 러프든 어디서든 웨지샷으로 공을 있는 힘껏 퍼내 그린위에 떨궈 타수를 줄이는 전략을 말한다. 미식축구나 농구, 야구, 육상 등 인기 스포츠로 유입됐던 육체파 인적자원, 이른바 ‘애슬레틱(athletic)’ 한 스포츠 선수들이 골프계 유입이 가속화한 것도 이런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프장과 골퍼들이 일종의 ‘공진화’를 하고 있는 셈이다.

챔프는 이런 추세의 정점에 있다. 실제 그는 50%의 페어웨이 적중률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티샷을 통해 타수를 줄인 기여도를 측정하는 지수(SG off -the- tee)에서 1.605를 기록해 PGA 투어 전체 1위에 올라섰다. 골프다이제스트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이자, 가장 보기에도 좋은 무기를 그가 들고 나왔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끝) /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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