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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금주 시장에 뛰어든 자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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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이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한 번도 안 마셔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마셔본 사람은 없다. 자신의 취향대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러’ 사이에서 하우스 담금주 키트 브랜드 ‘살룻’이 감각적인 맛과 패키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원하는 술만 더해 간편하게 담금주를 담글 수 있는 살룻을 만든 이들을 만났다.

술을 좋아하는 언니 이은지(29) 씨와 만들기를 좋아하는 동생 이규희(26) 씨 자매가 아이디어를 모아 담금주 키트를 탄생시켰다. 살룻의 담금주 키트는 말린 과일과 허브를 담아 원재료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고, 원하는 주류를 더해 간편하게 담금주를 만들 수 있다.

“미국 여행 중에 파티에 갔는데 어떤 분이 커피 담금주를 가지고 왔어요. 한국의 담금주와 비슷했죠. 한국에만 있는 과일이나 허브가 많기 때문에 담금주를 만들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이은지)

은지 씨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규희 씨는 울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담금주를 만들었다. 가정용 식품건조기로 재료를 건조하고 재료를 배합해 술을 부어 숙성시키기를 반복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새로운 담금주를 만들면서 1년 반을 보냈다.

“꽤나 재밌었어요. 언니가 유학 생활을 오래 해서 자매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었던 터라 둘이서 함께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좋았거든요.”(이규희)

재료 배합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실패도 많이 했다. 설탕과 재료 배합이 맛도 좌우하지만 자칫 부패하기 쉽고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보고 사람들에게 맛도 평가받으면서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레몬, 히비스커스, 라벤더를 넣으면 굉장히 맛있을 것 같은데 에프킬라 맛이 나서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재료와 설탕 배합도 중요하고 어떤 술을 넣는지에 따라서도 맛이 확 달라지죠.”(이은지)

그러던 중 규희 씨가 대학원에 진학해 서울에 올라오면서 플리마켓에 가지고 나가서 팔아보기로 했다. 그것이 창업의 시작이었다. 20개를 만들어 첫 선을 보였는데 완판이 됐다. 그때부터는 자는 시간을 쪼개 제품을 계속 만들었다.

“반응이 좋았어요.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 사진을 올렸는데 모르는 분들이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를 많이 줬어요. 수업이 저녁에 있으니까 낮에는 제가 만들고 저녁에는 언니가 퇴근해서 만들기를 반복했죠.”(이규희)

2~3개월쯤 지났을까. 플리마켓에서 살룻의 제품을 눈여겨본 디자인 편집숍인 텐바이텐의 MD가 입점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 이를 계기로 제품 사진촬영은 물론 상세페이지 만드는 것까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품 퀄리티 못지않게 신경 썼던 부분이 바로 이름이다. 딸기주는 ‘틀림없이 사랑에 빠집니다’, 야관문주는 ‘집에 가지마 베이베’ 장미주는 ‘이 꽃잎, 너 한입’처럼 메시지를 주려고 많이 고민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처음에 취미로 시작했다가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온라인 론칭을 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뤘다. 온라인 론칭 6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만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둔 것. 작년 하반기 누적판매량 3500개 대비 570% 성장한 수치다.

“스페인어로 ‘건배, 행복을 위하여, 건강을 위하여’라는 살룻의 이름처럼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살룻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하게 소비되는 제품이 아니라 오래 두고 볼 때마다 행복해지고 기다려지는 제품이 되길 바라요.”(이은지)

은지 씨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되든 안 되든 일단 부딪혀보라고 조언했다.

“저희도 1년 사이에 이렇게 큰 사무실까지 얻게 될 줄 몰랐어요. 한 병을 팔아보니 두 병도 팔 수 있게 된 것처럼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이라면 무조건 일단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어요.”(이은지)

스스로를 ‘푸드 큐리에이터’라고 부르는 자매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식품산업 안에서 제품군을 늘리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끝) /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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