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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고래밥' 대박난 비결은 '교육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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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1. ‘고~렌! 고~렌! 고~렌!’ 학교 운동장에서 베트남 아이들이 다같이 함성을 지른다. ‘고 렌’은 ‘화이팅’이라는 뜻의 베트남 응원의 말. 아이들의 손에는 오리온 고래밥 과자가 들려있다. 달리기를 하며 과자 박스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게임을 하는 것.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50만 건 이상을 기록 중이다.

#2. 아빠와 딸이 베트남의 한 공원에 앉아 낚시놀이를 하고 있다. 이 놀이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오리온 고래밥의 주요 캐릭터와 같다. 이 동영상 조회수는 300만 건 을 넘는다.

1984년 출시된 오리온의 장수과자 고래밥이 베트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 들어 1~7월까지 누적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4% 성장, 사상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고래밥은 2010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초기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가 2~3년새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비결은 ‘교육 시장’을 두드린 것. 베트남 교육시장은 최근 5년간 연 7%씩 성장하며 지난해 말 기준 78억달러(약 8조7000억원)에 달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교육 시장이 커지는 것에 착안해 차별화된 영업,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체인 등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고래와 상어 캐릭터의 대결 구도를 그린 스토리텔링 중심의 광고와 프로모션이 인지도를 높였다. 고래밥이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 놀이 도구로 자리 잡자 ‘부모들이 먼저 찾는 과자’가 됐다. 유튜브 등을 통해 전파된 동영상은 조회수가 최소 수십 만 건에서 수백 만 건에 달한다.

베트남 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에서도 국가별 맞춤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올 1~7월까지 중국에서는 19%, 한국에서는 8%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7월 내놓은 ‘상어밥 새우버거맛’이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해양 생물 모양의 고래밥을 만들어달라’고 하면서 해파리, 바닷가재, 소라, 새우 등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고, 고래밥 특유의 ‘재미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중국에서는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원물 스낵 수요가 높아진 것에 착안해 ‘고래밥 자색고구마’를 내놨다. 오리온 중국법인은 소비자 분석을 통해 토마토맛, 해조류맛, BBQ맛 등을 잇따라 출시해 고래밥을 중국에서 연 1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만들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고래밥의 우수한 제품력과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이 시너지를 내며 국내외 시장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1984년 출시 후 30년 넘게 사랑 받아 온 고래밥이 해외 시장에서 역대 최대인 74%까지 성장한 것은 매우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끝)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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