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인천 광역버스 교통대란 피했지만...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강준완 인천주재 기자) 지난 9일 오전 인천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6개 광역버스 업체 사장님들이 인천~서울을 오가는 19개 버스노선의 폐지 신고서를 인천시청에 제출했습니다. 이 분들은 올해 초부터 적용된 최저시급(7530원) 인상으로 23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인천시에 손실보전을 요청했습니다. 내년에는 4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된다며 더 이상 버스 운행은 어렵다고 목소리를 더 높였습니다. 지자체가 매년 버스운행으로 발생하는 적자부분을 지원해 주는 ‘준공영제 실시’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지난 7일부터 일주일 동안 인천시청 앞에서 “지원없는 광역버스 더 이상 운행불가”, “고사하는 광역버스 폐선밖에 답이 없다”는 구호도 외쳤습니다. 한마디로 회사 경영이 너무 어려워 장사를 못하겠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도와달라는 주장입니다.

“죄송합니다. 자구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폐선신고는 철회하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16일 오전 인천시장 및 부시장, 교통국장 등을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6개 대표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폐선 신고에 대해 사과 한 후 오후 1시 무렵 관련 부서에 폐선 신고를 철회했습니다. 시가 업체들의 폐선 신고를 전격 수용하고 버스와 기사를 인수해 내년부터 직접 운영(완전공영제) 하겠다는 선언에 두 손을 든 것입니다. “설마 시가 폐선 신고를 수용하고, 광역버스를 직접 운영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장님들의 예상은 한 방에 무너졌습니다.

시 간담회에 참석한 모 버스업계 대표는 “평생 버스회사 운영으로 먹고 살았는데... 폐선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자구방안을 마련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문제는 업체들의 자구방안이 별무신통이라는 점입니다. 버스요금을 올릴 수도 없고, 버스 운행 감차(減車)나 감회(減回)도 안됩니다. 시는 운행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체들이 이같은 방법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아예 못을 박았습니다. 서민들의 가계 주름살과 이동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전철 등 대체수단의 증가에 따른 이용객 감소, 최저시급 인상, 주52시간 근무 등 경영 환경이 점점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버스회사들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게 기업의 생리이기 때문에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 방안을 만들겠지요. 그래서 버스업계 근로자들이나 시민들은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벌써 일부 광역버스 업체들은 이달 직원들의 급여를 50%밖에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이번달 15일이 급여일인데 14일에 절반밖에 입금시키지 못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은 자금 회수가 안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회사들이 이번주 안에 나머지 급여를 입금시킨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인천에서 서울의 신촌, 서울역, 강남역을 오가는 출퇴근 시민들은 일단 한 숨 돌렸다는 분위기입니다. 인천 주요 거점에서 전철을 이용해 서초, 교대, 강남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천1호선, 경인1호선, 서울2호선 등으로 몇차례 환승해야 하는 불편이 해소됐기 때문입니다. 광역버스는 앉아 가면서 달콤한 수면까지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로 다니는 시민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업체들이 자구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은 했지만 별다른 묘책이 없는 상황에서 감차(감회)가 실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손님이 없으면 당연히 버스 운행 횟수가 줄어드는게 시장의 생리 아니나”며 기자에게 오히려 되묻기도 했습니다.

시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광역버스 운행 적자가 계속되면서 운행차량의 25%까지 감차를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 관계자는 업체마다 감차 규모와 시기는 다르지만 어느정도 허용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 선에서 이미 감차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폐선 신고에 따른 해결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 것은 시민불편 최소화”라고 말했습니다. 시는 “광역버스 생존 자구안 마련은 업계가 알아서 할 일”, “업체와 언제든지 대화·협상 창구는 열려있다” 등 소극적인 대처방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애꿎은 시민들과 버스업계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겼으면 합니다.(끝) /jeffkang@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