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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지지자는 만족, 민주당 지지자는 불만인 두 개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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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국제부 기자) 요즘 미국 경제가 잘나간다는 언론 보도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경제성장률도 높고 고용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회사 갤럽이 조사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지난해 4분기 36.8%에서 올 1분기 39.1%, 2분기 41.9%로 상승세입니다. 이달 1~12일 조사에선 42%로 집계됐습니다. 분야별로는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50%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미국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입니다. 갤럽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67%가 ‘현재 미국의 상황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 중 같은 응답을 한 사람은 12%에 불과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기간, 즉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정반대였습니다. 당시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습니다. 한때 이 비율이 64%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당시 공화당 지지자들의 ‘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은 10% 안팎이었습니다. 20%를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11월 선거를 전후로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정반대로 바뀐 사례도 있습니다. 갤럽이 선거 1주일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75%가량은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했고, 민주당 지지자는 절반 이상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선거 직후 여론조사를 했더니 공화당 지지자들 다수는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했고, 민주당 지지자들 다수는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객관적인 사실보다 주관적인 인식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퍼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특정 정당 지지자들에게만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집권 정당이 바뀌었다고 해서 경제가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단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주관적 인식이 달라지는 것이죠.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선거에서 상원 의원 100명 중 35명, 하원 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새로 뽑습니다. 집권 1년 반을 넘긴 트럼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경제가 호황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선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다. 기업 이익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물가상승률은 낮고, 사업 전망이 어느 때보다도 낙관적”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갤럽 여론조사로 미뤄보면 많은 유권자들이 객관적인 경제 상황에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 중요한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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