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北, 미국과 적대적인 이란, 쿠바에 러브콜...의도는 美견제?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채연 정치부 기자) 북한 고위급 인사가 최근 우방국인 이란과 쿠바를 잇따라 찾아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로 하는 등 외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과 쿠바가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최용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양국 관계 증진 논의를 위해 쿠바를 방문했다고 국영 통신 프렌사 라티나 등 현지 매체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용해는 현지에서 살바도르 발데스 메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등을 만나 양국 관계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형제적인 유대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쿠바 외교부가 밝혔다.

최용해의 쿠바 방문은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지난달 쿠바를 방문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북한 고위급 인사가 한달 여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쿠바를 찾은 것이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참석한 뒤 곧바로 6일 이란을 방문했다. 이용호는 당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 미·북 비핵화 협상 상황을 설명했고, 양국간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용호는 미국이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고 제재를 다시 부과한 것은 그릇된 움직임이라고 비판했고,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은 믿을 수 없고 신뢰가 낮은 나라”라고 맹비난했다.

이란과 쿠바 모두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북한 인사의 방문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쿠바와 이란이 미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데다 미북 관계 역시 비핵화 협상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선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우방국과 관계 강화에 나섰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과 쿠바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은 북한식 외교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올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중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바 있다.

북한의 정권수립일(9·9절)을 앞두고 우방국에 고위급 축하사절단 파견을 요청할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올해 70주년인 북한 정권수립일 경축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부 국가들이 미국을 의식해 북한에 9·9절 축하사절단을 보내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북한으로선 9·9절을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전통적 우호 관계의 복원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끝)/ why29@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