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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앞에선 입이 있어도 말을 하면 안된다는 與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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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 정치부 기자) “원래 여당 원내대표는 입이 있어도 별로 말을 하면 안 되는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각 당 원내대표들이 받은 모두 발언 기회에서 홍 원내대표가 한 첫 마디였다. “기회를 주셨으니 짧게 하겠다”고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서 발언을 마쳤다.

대통령을 앞에 두고 비판과 당부로 모두 발언을 채운 나머지 4명의 원내대표와 확연히 달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탈원전이라든지 소득주도 성장, 국민연금 제도 개혁 같은 사안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정부 부처에서 사용하고 있는 특활비 문제까지도 혈세가 낭비되는 곳은 없는지 미리 살펴봐달라”고 당부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역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고,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이라거나 형벌에서 제외하고 그냥 행정벌로 개정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유연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건의를 드리겠다”고 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도 발언 말미에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 자칫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가 생기지 않게 세밀하게 살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적만 쏟아낸 것은 아니다. “대통령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거나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등의 인사도 오가며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다. 홍 원내대표도 “항상 1대4로 생각하는데 그래도 오늘은 2대4가 돼서 든든하다”며 웃음을 유도했다. 대통령과 본인이 한편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와대와 국회가 협치를 강조한 자리에서 편가르기에 나선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대폭 추락했다. 진보층이 돌아서며 민주당의 지지율이 문 대통령 취임 이전인 야당시절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널뛴다. ‘여당의 존재감은 없고 대통령만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건강한 당청 관계는 적절한 견제가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 대통령도 국민도 ‘함구무언(緘口無言)’하는 원내대표 대신 ‘직언(直言)’하는 원내대표를 바랄지도 모른다. (끝)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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