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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성매매 여성에게 1인당 최대 2260만원 지원...“경제적 자립 도와야” VS “불법행위 정당화” 찬반논란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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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락근 지식사회부 기자) 성매매 종사 여성들에게 1인당 최대 2260만원을 지원하는 인천 미추홀구의 자활지원 조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을 사회적인 약자로 인식하고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복지’ 차원에서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택한 이들에게까지 세금을 투입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과 함께 자칫 불법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어떻게 지원하나

인천 미추홀구는 지난달 30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1월 미추홀구의원 10명이 발의해 2월 구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에 따른 후속 입법이다. 조례안에는 매달 생계비 100만원, 주거지원비 700만원, 직업훈련비 30만원 등 1인당 최대 2260만원 범위 안에서 성매매 종사자의 자활을 지원하는 계획이 담겼다. 미추홀구는 오는 19일까지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다음달 10일 조례 시행규칙을 공포할 예정이다. 성매매 업소 종사자가 앞으로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탈성매매 확약서’와 자활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수급자를 선정한다. 구청 관계자는 “성매매 종사자라고 해서 모두가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면서 “면담 및 실태조사를 거쳐 과도한 채무 등으로 성매매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피해자들에 한해 지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활 지원금을 지급받은 후 다른 곳에서라도 성매매 행위가 적발되면 그 즉시 지원액을 반납해야 한다.

○지원 찬성 논리는

미추홀구 숭의동 383 일대는 인천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성매매 집결지로 ‘옐로하우스’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심 슬럼화와 노후화로 인해 2006년부터 재개발이 추진돼 최근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앞두고 있다. 행정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옐로하우스도 연내 철거되고 그 자리에 754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다.이번 조례안을 발의한 이안호 더불어민주당 미추홀구의원은 “성매매 근절을 위해 피해자 상담, 쉼터 운영 등 기존 방식을 넘어서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성매매 피해 여성들 역시 사회가 보듬어야 할 사회적 약자라고 본다면 조례 실행에 필요한 예산은 결코 큰 규모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곳은 인천 뿐만 아니다. 지난해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아산시, 전주시에서도 이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조례가 제정됐다. 수원시와 서울 성북구 등도 조례 제정을 추진중이다. 이 의원은 “지원금 지급을 통해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자활에 성공한 사례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며 “비용 대비 효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복지라는 가치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는

반면 범법자들의 자활을 위해 세금을 투입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유 예산이 있다면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인천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씨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부모님께 손 안 벌리려고 여태껏 학자금 대출 받은 게 2000만원가량 된다”며 “한 사람당 2000만원씩 지원할 여유가 있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살고 있는 이들에게 먼저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19.9%로 인천 지역 기초자지단체 중 세 번째로 낮은 미추홀구의 재정자립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례 제정을 취소해 달라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2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글도 있다. 청원글 게시자는 “성매매 여성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좀 더 남들보다 편하고자, 사치를 부리고자 등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이들 여성에게 이렇게나 많은 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정상적으로 돈을 버는 여성들을 모욕하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전적인 지원이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로 복귀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조례 반대 청원글에 서명한 이모씨(30)는 “안마방 오피스텔 등 변종 성매매가 성행하는 현실에서 지원금만 고스란히 챙기고 은밀하게 영업을 재개하는 여성들을 어떻게 구청이 일일이 적발할 수 있겠느냐”며 “차라리 직업 교육이나 취업 지원 등에 예산을 집중하는 게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끝) /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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