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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이 스타트업 특허기술 베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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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중소기업부 기자)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6일 한 가축용 바이오캡슐 업체가 정부기관에서 자사의 특허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기업뿐 아니라 정부 기관도 기술 탈취에 대해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들어 중소벤처기업부가 상생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기술 탈취만큼은 근절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쳤으니까요.

스타트업 기업인 유라이코리아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농업진흥청이 최근 발표한 바이오캡슐이 유라이크코리아가 6년 동안 100억원을 들여 개발한 ‘라이브케어’와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이브케어는 국내 특허를 2014년 9월에 획득하고 지난 4월 유럽(EU) 특허까지 출원한 기술입니다. 소 입 안으로 투여한 바이오캡슐을 통해 가축의 위에서 체온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한 뒤 해당 개체의 질병, 발정, 임신 등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축우 헬스케어 서비스입니다. 약 800만건의 축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및 딥러닝 기술을 통해 축우 생체정보를 분석해 농장주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유라이크코리아는 2015년부터 국내외 축산업 유관기관과 농장주들에게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진청이 라이브케어를 모방한 제품을 개발하고 원천기술인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유라이크코리아의 주장입니다. 농진청은 지난달 국립축산과학원 직원이 ‘반추위 삽입형 건강정보 수집장치(바이오캡슐)’를 자체 연구팀과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특허를 출원하고 이달부터 현장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축산과학원 직원이 2016년 비슷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며 라이브케어의 기술 스펙과 통신방식 등 기술정보를 상세하게 문의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축산과학원의 기술 세미나 요청으로 인해 자료를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술을 도용당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농진청은 유라이크코리아에서 제기한 바이오캡슐에 대한 특허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바이오캡슐은 대리 변리사를 통해 유라이크코리아 특허를 포함한 다른 특허를 검토한 뒤, 진보성·신규성을 확보해 특허를 출원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농진청은 2011년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이미 바이오캡슐과 관련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인 과제명(젖소 생산효율 극대화를 위한 개체별 건강모니터링시스템 개발과 연계한 정밀 영양 공급 모델 개발)도 제시했습니다.

양쪽의 입장이 팽팽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술 도용으로 판로가 막히는 일이 벌어지는 게 불 보듯 뻔합니다. 농진청은 유망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확산시키는 노력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향후 법원에서 결정이 날지, 아니면 제 3의 중재자로 해결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기술의 대가가 제대로 인정받는 풍토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할 것 같습니다.(끝) /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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