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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공격하는 이유... "중국이 미국에 마약까지 팔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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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국제부 기자)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자비심 없는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자국 소비자와 기업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기세입니다.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이용해 중국 금융시장을 압박하는 전술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렇게 중국을 견제하는 이유로 그동안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또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약탈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선 미국이 오바마 전임 정부 당시부터 중국이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왔다는 얘기도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중국을 불신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바로 ‘마약’ 입니다.

미국에서는 마약과 진통제 등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합니다.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5만명을 넘을 정도 입니다. 큰 사회문제이지요.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 등 유명인들까지도 약물 오남용의 부작용으로 사망했습니다.

마약은 주로 콜롬비아나 멕시코 같은 곳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코카인과 같은 전통적인 마약에 한정되는 얘기입니다. 이와 별개로 ‘펜타닐’이라는 합성물질이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 혹은 마취 보조제로 쓰이는 약물과 비슷하고, 몰핀에 비해 무려 50~100배 가량 약효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의 불법 제약사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이 약물을 대량 생산한 뒤 미국으로 수출해 엄청난 피해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0월 약물 사태와 관련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마약성 약물 남용의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내 유행하는 이 전염병은 국가적 차원의 공중보건이 위기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미국인으로서, 더 이상 이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성 약물 근절의 대책으로 미국을 상대로 가장 많은 펜타닐을 수출하는 중국에 강경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좀비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펜타닐이 모두 중국산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맞섰습니다.

이와 관련해 얼마전 블룸버그통신은 합법적인 사업가로 가장한 중국인 마약 공급업자의 스토리를 기획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업자를 잡아들인 마약단속국과 경찰을 통해 전해진 얘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얀 샤오빙이라는 41세의 중국인 남성이 주인공입니다. 엘리트 회사원으로 보이는 외모의 샤오빙 씨는 중국 우한시에선 영어 강사인 부인, 두 자녀와 함께 살며 의약품 공장을 운영하는 합법적인 사업가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이버 세상에서 ‘윌리엄 조우’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마약 중개인, 딜러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거래했습니다. 그에게 펜타닐을 공급받은 ‘무하마드’라는 가명을 쓰는 중간 거래상도 함께 적발됐습니다. 그는 고객들에게 UPS 등 택배를 이용해 주문 다음날이면 약을 배달해주고, 100%환불을 보장해줬습니다. 상품을 분실하면 즉시 같은 제품으로 보상해주는 등의 전략으로 엄청난 영업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약값이 비싼 미국의 현실을 이용해 처음엔 사람들에게 이 약을 값싼 진통제라고 속여 팔아 중독자들을 늘리는 전략도 썼습니다.

마피아나 갱단 등 마약상으로부터 오프라인에서 현금으로 구입해야했던 코카인, 대마초와 달리 중국산 합성마약은 인터넷에서 비밀 메신저와 비트코인 등을 매개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부각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습니다.

중국산 합성 마약은 원가도 저렴했습니다. 1㎏에 3800달러에 수입된 합성 펜타닐은 소매가격으로는 3000만달러에 팔렸습니다. 걸프만에서 남미산 헤로인 1㎏를 5만달러에 도매로 사서 팔면 이익이 20만달러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이었습니다. 미국 마약수사국 관계자는 ”펜타닐은 마약 밀수꾼들에게는 ‘꿈의 약물’이었지만, 마약 단속 당국에게는 악몽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펜타닐이 싼 이유는 이 약품을 제조하는 데 아편이나 대마과 같이 같이 대규모의 농장이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고 정부의 감시도 덜합니다.

공소기록에 따르면 중국인 얀 씨는 수 년간 톤 단위의 화학물질을 미국에 배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에서 금지된 22종류의 물질을 제조해 공급했습니다. 펜타닐을 분자 구조만 살짝 바꾼 화학물질들로, 투약하면 같은 마약 효능이 있어 미국에선 전부 금지됐지만 중국에선 당시 금지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들은 중국에선 이 약품을 팔지 않았습니다. 만약 중국에서 그랬다면 제조 금지 여부과 상관없이 짧은 기간 안에 공장이 중국 특수부대와 공안들에게 점령당하고 관계자들은 사형당했을지 모릅니다. 이들은 미국에서만 약을 팔았고 중국에선 당시 이 약물제조가 합법이었던 까닭에 일부 인물들만 미국에서 처벌받고, 조직의 대부분은 중국 정부으로부터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끝) /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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