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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세기 ‘두 개의 해’ 실록 ‘대낮의 금성’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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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은 IT과학부 기자) 과거 천문학자들의 관측 수준은 어땠을까. 최근 이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지난 9~10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서운관지 편찬 200주년 기념 연구발표회’다.

이번 발표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단군세기에 등장한 ‘두 개의 해’ 분석이다. 기록에 따르면 ‘재위 원년 병진(단기 349년, 기원전 1985년)에 두 개의 해가 함께 뜨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담처럼 늘어서서 큰 행렬을 이루었다’고 돼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초신성(超新星)으로 해석했다.

통상 ‘세 개의 해’는 해무리 가장자리가 밝게 빛날 때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환일(幻日)’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주로 일어난다. 하늘에 흩어져 있는 육각형 얼음 알갱이로 인해 햇무리(햇빛이 대기 속 수증기에 비쳐 해의 둘레에 둥글게 나타나는 빛깔 있는 테두리)가 만들어져 마치 해가 세 개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나 두 개의 해는 얘기가 다르다. 박 연구위원은 해당 기록에 등장한 두 번째 해를 초신성 Pup A로 추정했다. Pup A는 고물자리(가을철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자리)에 존재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3700년 전 폭발해 그 빛이 지구에 도달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단군세기에 기재된 기원 전 1985년 무렵 초신성으로 하늘에 등장했을 것이라는 게 박 연구위원 주장이다. 그는 “동북아시아에서 고물자리를 보려면 5월 전후여야 하기 때문에 기록에 기재된 시기 역시 해당 달 무렵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록에 지속적으로 등장해 온 낮 동안의 금성 관찰기록도 연구주제로 나왔다. 태양이 뜬 대낮에 금성을 관찰한 기록에 대한 것이다. 해당 기록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는 기존 연구가 대다수였다. 기록들이 시대별로 균일하지 않은 데다가, 태양과 함께 금성을 목격했다는 동아시아의 역사적 기록들이 왕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준혁 충북대 연구교수 및 이용삼 충북대 명예교수, 권영주 세종대 연구원은 태양과 가까워 의심이 되는 일부 기록에 대한 몇 가지 가정을 내놨다. 우선 태양계 내 다른 행성을 오인했을 가능성이다. 또 다른 가정은 환일 현상이다. 다만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편이다.

연구진은 “신성일 수도 있으나 태양 부근에서 초신성이 관측될 확률이 매우 낮아 역시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며 “태양과 가까워질수록 높은 광도를 보여주는 혜성일 가능성도 제기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는 1818년 천문학자 성주덕이 편찬한 ‘서운관지(書雲觀志)’의 20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서운관지를 기록한 서운관은 고려시대부터 존재해 온 천문·기상·지리 관측기관으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끝) /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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