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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의 청년 창업 이야기 ⑤)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발하게 된 코르크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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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중소기업부 기자) 빈 병을 울림통으로 활용하는 ‘코르크 스피커’는 크라우드 펀딩에서 대박이 난 제품이다. 와인병의 코르크처럼 병 입구에 끼우면 병을 울림통으로 삼아 깊은 소리를 낸다. 각기 다른 병마다 개성 넘치는 음악을 들려주는 작은 스피커에 사람들은 반응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 등에서 다섯 차례 투자가 이뤄졌고, 1억 원에 가까운 돈이 모였다.

이연택 이디연 대표는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던 2015년 학창 시절부터 구상해온 코르크 스피커를 제품으로 만들게 됐다”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200개를 만든 게 사업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당시 펀딩 조건은 주문 45일 안에 스피커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부업으로 제품 제작에 나섰던 이 대표는 밤을 세우다시피 해 약속을 지켰다.

이듬해인 2016년 이 대표는 코르크 스피커로 창업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다니던 회사에도 소문이 났다. 홍익대 제품디자인과 재학 시절부터 자신만의 제품을 디자인하고 싶었던 그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로 들었다. 이 대표가 만드는 아이디어 제품을 오랫동안 봐온 아내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다.

이 대표는 학창 시절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하진 않았다. 일상용품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는 데 관심이 많았지만 창업보다는 취업을 택했다. 주변에도 취업을 하지, 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스피커에 관한 관심은 대학 재학 시절 들었던 수업부터 창업까지 이어졌다. 그는 “제품 디자인을 하는 수업 과제를 하던 중 스피커가 눈에 들어왔다”며 “집에서 눈에 보이는 스피커부터 뜯어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다양한 종류의 스피커를 분해하고 내부 구조를 살폈다. 크고 좋은 스피커일수록 빈 공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는 빈 병을 스피커 울림통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의 실마리가 됐다. 이 대표는 “4만원 이하 블루투스 스피커 중에서 가장 휴대하기 편하고 음질이 좋은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코르크 스피커의 무게는 76g에 불과하다. 빈 병이 묵직한 저음을 내는 우퍼 역할을 한다. 다양한 병에 올려놓고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보드카 브랜드인 앱솔루트 병이다. 그는 “다른 병에 비해 유리가 두꺼워서 더 묵직한 소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리병뿐만 아니라 페트병에도 가능하다"며 “다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악기와 음악의 장르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디연은 장기적으로 디자인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전공인 제품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다. 다른 스타트업이나 벤처회사의 창의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기획 디자인하고, 전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디연은 올해 하반기 스마트 디퓨저 ‘아로마이즈(Aromize)’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에 맞게 향을 실시간으로 바꿔주는 기기다. 수면과 집중, 휴식 등에 어울리는 향을 바꿔준다. 코르크 스피커를 업그레이드 한 후속 제품도 나온다. 이 대표는 “많은 사랑을 받은 코르크 스피커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 제품에 조명을 달아 ‘보는 재미’까지 있는 스피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끝) / mgk@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7.03(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