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은 이 부회장이 공장 준공식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영접하고 테이프 커팅식을 함께 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여기까지가 예정된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 도착 후 대기실에서 넥타이를 고쳐매고 땀을 식히던 와중에 밖에서 이 부회장이 에스코트를 위해 이 부회장이 기다리고 있던 것을 알고 따로 불렀다. 이렇게 예정에 없던 사전 환담 겸 인사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고, 이 부회장도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당초 청와대와 인도 정부는 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의전및 경호를 위한 프로토콜에서 이 부회장을 배제했다. 청와대 의전실은 둘의 첫 만남에 부담을 느껴 이 부회장의 동선까지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만남 자체가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 독대형식의 파격적인 만남은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준공식 말미에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장면은 인도 현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의 ‘최고 하이라이트’란 평가가 현지에서 흘러나왔다.
이날 이 부회장과의 깜짝 만남은 기업과 경제활력 회복및 고용 증대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투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인도 내 핸드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이지만, 중국계 기업들과 시장점유율 1%를 두고 싸우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일정이 삼성전자의 인도 휴대폰 시장 경쟁을 ‘지원사격’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2년차 들어 ‘고용쇼크’와 최하위층 소득감소 등 부진한 경제실적에 “반성해야 한다”, “뼈 아프다“ 등 메시지를 냈다. 최근 혁신성장과 규제혁파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 일정은 철저히 친기업 행보 등 비즈니스 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인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저는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적기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코리아 세일즈’에 앞장섰다.
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양국 경제계 대표인사들이 참석하는 ‘한·인도 CEO(최고경영자)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나렌드리 모리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양국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MOU(양해각서) 체결 등 공식 일정 외에 인도가 수입제한조치로 묶은 스판덱스 철강 분야의 수출재개를 위한 협상도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끝) /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