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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거위' 배 가른 아시아나항공, 그만큼 현금 절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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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2003년 3월28일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합니다. 세계 1위 기내식 업체인 독일 엘에스지스카이쉐프와 함께 세운 LSG스카이쉐프코리아(이하 LSG)에 650억원가량에 넘긴 것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사업부 매각과 동시에 합작사인 LSG 지분 20%를 확보했고, 나머지 80%는 엘에스지스카이쉐프가 보유했습니다.

엘에스지스카이쉐프는 지난해 매출 32억유로(약4조1780억원)를 올렸고 56개국에 연간 기내식 6억9600만개(2017년 기준)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LSG는 모회사의 깐깐한 품질 관리와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아 출범 첫해인 2003년부터 흑자를 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면서 매년 안정적 수익을 올렸고 출범 이후 매년 순이익을 냈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출 1889억원, 영업이익 344억원을 올렸습니다. 작년 매출의 67.7%인 128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올렸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LSG 덕분에 적잖은 수익을 올립니다.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650억원을 받았습니다. ‘보너스’ 명목으로 265억원을 2006년과 2008년 두번에 나눠 받았습니다. 기내식 사업부 매출이 좋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매각대금을 추가로 받기로 LSG와 2003년 약정을 맺은 덕분입니다. 짭짤한 배당수익도 올렸습니다. LSG는 2003~2017년까지 2653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LSG로부터 530억원의 배당을 받았습니다. 매각대금(915억원)과 배당금으로 1445억원의 수익을 올린것입니다. 현재 보유한 LSG 지분가치도 수백억원대에 이릅니다.

하지만 LSG는 존폐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매출의 70.0%가량을 차지하는 고객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1일부터 LSG와의 기내식 공급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입니다. 계약해지로 기내식 대란에 빠졌지만 LSG과의 계약을 돌릴 의지와 계획은 없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처럼 알짜회사인 LSG를 외면한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악화된 자금여건과 맞물립니다. LSG와의 공급계약을 파기하는 동시에 중국 하이난그룹 기내식 자회사인 게이트고메스위스와 손잡고 세운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기내식 공급계약을 맺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하이난그룹으로부터 2100억원을 조달합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홀딩스(옛 금호고속)는 지난해 하이난그룹을 대상으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20년 만기 무이자’라는 파격적 조건으로 발행했습니다. 하이난그룹은 기내식 사업부 계약을 체결한 대가로 추가로 5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지급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LSG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고객에게 품질 높은 기내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무를 2100억원에 넘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구조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3월 말 기준 차입금은 4조3781억원에 이릅니다. 내년 3월 말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1조9830억원에 달합니다. 올들어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사옥 매각(2372억원) CJ대한통운 지분 전량 매각(1573억원)으로 겨우 차입금 불을 껐지만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 부담도 적잖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기내식 대란이 이어지면서 자본시장에서 평판도도 보다 나빠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현금 2100억원에 집착한 나머지 경영여건 전반이 흔들리는 ‘소탐대실’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듯합니다. (끝) /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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