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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반미 구호 사라진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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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건강에도 관심 보여

(김채연 정치부 기자, 평양 공동취재단) “평양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평양 국제공항에서 들어오면서부터 이게 완전히 다른 모습이구나. 멀리서부터 느꼈습니다.”

남북 통일 농구대회 참석차 11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5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평양을 방문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 장관은 2007년 11월 국방장관회담 참석차 평양을 방문했었다고 한다.

지난 3~ 5일간 남북 통일 농구대회 취재차 방북한 취재진의 눈에도 평양은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만수대 언덕 주변을 제외하고는 평양에서 반미 구호를 앞세운 선전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북간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라진 것이라 관측이다. 대신 ‘일심단결’, ‘계속 혁신, 계속 전진’, ‘만리마 속도 창조’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등 북한 내부 주민을 결속하고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독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평양 방문 경험이 있는 정부 당국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양 주민들은 올해 정권수립 70주년인 9ㆍ9절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취재진의 숙소인 고려호텔 근처에 있는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에서는 대규모 인원이 모여 집체극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3일엔 중년 여성, 4일엔 청소년 중심으로 모여 공연을 준비했다. 4일에는 김일성광장은 물론 평양 대극장 앞에서도 청소년들이 운집해 있었다.

북측 인사들은 남한의 정치, 사회 등 다방면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북측 인사들은 남측 관계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몸살이 나셨다는데 많이 안 좋으신 거냐”, “왜 그렇게 되신 거냐” 등의 질문을 했다. 또 다른 북측 관계자는 “서울의 방값은 한 달에 얼마나 하냐”, “월 내는 돈(방값)이 달러로 얼마나 되나” 등을 세세하게 물었다.

북한은 그러나 최고존엄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김씨 일가 초상에 대해선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남측 취재진이 평양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에 김씨 일가의 초상이 삐딱하게 잡혔거나 한 귀퉁이가 잘렸을 경우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반대로 초상이 제대로 찍힌 사진에 대해선 “아주 반듯하게 잘 모시었습니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남한의 케이팝 등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4일 남북한 혼합 경기가 열린 경기장은 힘찬 함성과 함께 막대 풍선 등을 들고 자유롭게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 아이돌 그룹 노래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했다. 장내 사회를 본 박종민 아나운서가 경기 중간중간 남한 아이돌 그룹 노래를 틀려고 준비했으나 북측이 ‘틀지 말아달라’고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끝)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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