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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제작'에 공들이는 명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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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는 트로피 전용 트렁크, 어디에도 없는 반짝이는 주얼리.’

세계 4대 테니스대회 중 하나인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이 한창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프랑스로 몰린 가운데 올해 우승 트로피 전용 트렁크를 프랑스 명품 ‘루이비통’이 특별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하네요.

루이비통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여성 챔피언과 남성 챔피언에게 각각 수여되는 ‘수잔 렝글렌 컵’과 ‘머스킷티어스 컵’ 트로피를 보관하는 트렁크를 제작키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승 트로피는 선수의 온갖 노고와 우승자의 명예를 담고 있죠. 그래서 여행용 트렁크로 시작한 루이비통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한정판 ‘트로피 트렁크’를 공들여 만들었다고 하네요. 9일에 열리는 여성 단식 결승전과 10일 열리는 남성 단식 결승전 시작 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트렁크는 160년 전통의 루이비통 트렁크 제조기법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루이비통은 매년 약 450개의 스페셜 오더 트렁크를 제작한다고 합니다.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로 소지품 보관 용도로 주문하는데 크기와 디자인이 아주 다양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 보관 트렁크가 공개된 적도 있었죠.

루이비통뿐 아니라 프랑스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 ‘까르띠에’도 ‘특별 제작’에 나섰습니다. 곧 개봉하는 미국 영화 ‘오션스8’에 등장하는 화려한 목걸이를 특별 제작했죠. 오션스8 제작팀이 주얼리 제작을 의뢰했다고 하는데요, ‘대담한 도전정신을 가진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정신과 맞닿아있다고 판단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영화는 범죄 전문가들이 보석을 훔치는 내용이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로선 이미지상 참여 결정이 쉽지 않았다는데요,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기술력, 예술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입니다.

까르띠에가 8주 동안 총력을 다해 만든 이 목걸이는 파리에서 뉴욕으로 전달돼 영화 속에 등장할 수 있었다네요. 배우 앤 해서웨이가 착용한 장면이 예고편에 등장하기도 했죠. 특별 제작한 ‘쟌느 투상 네크리스’(사진 출처: Barry Wetcher)는 1930년대 까르띠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였던 쟌느 투상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고 합니다.

까르띠에의 ‘대담한 도전정신’을 제품으로 구현했던 그는 지금의 까르띠에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쟌느 투상 네크리스의 오리지널 버전은 1931년 까르띠에 가문의 셋째 아들인 자크 까르띠에가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컬러 다이아몬드의 폭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까르띠에는 이 목걸이뿐 아니라 영화를 위해 금고를 따로 제작하는가하면 다양한 주얼리를 공식 협찬했다고 하네요. 사실 까르띠에는 1904년부터 영국 왕실에 제품을 납품하는 공식 보석상이 되면서 영국 왕실을 위한 특별 제작 주얼리를 여러 차례 선보여왔습니다.

영국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러시아, 시암(현 태국), 그리스, 세르비아, 벨기에, 루마니아, 이집트, 알바니아 왕실과 오를레앙 일가, 모나코 공국 등 15개의 왕실이 뒤따라 까르띠에를 왕의 보석상으로 임명했다죠. 유명한 제품으로는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의 왕세자 레니에 3세의 10.48캐럿 약혼 반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왕위를 포기한 윈저 공이 심슨 부인에게 선물한 ‘이터니티(Eternity)’ 인그레이빙 링, 1936년 요크 공작 시절부터 영국 왕실의 가보로 전해 내려오다가 2011년 영국 캠브리지 공작 부인(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의 헤어 스타일을 장식하여 화제가 된 까르띠에의 ‘헤일로’ 티아라 등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9일,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에서 까르띠에 제품이 등장했죠. 메건 마클이 본식과 피로연에서 착용한 티아라, 귀걸이, 팔찌가 모두 까르띠에 제품(사진 출처:Dan Kitwood)이었습니다. 우아한 실루엣의 새하얀 드레스와 잘 어울려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었죠.

명품업체들이 이렇게 ‘특별 제작’에 공을 들이는 건 ‘기술력과 예술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 깔려있습니다. 명품이 명품인 이유는 오랜 역사와 장인정신, 남다른 기술력과 예술성에 있기 때문이죠. 명품 브랜드들이 아름다운 결과물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접할 때마다 “이렇게까지 하다니”라는 감탄사가 나오곤 하죠.

테니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번 롤랑가로스 결승전 대회 때 트로피 트렁크를 한 번 눈여겨보면 어떨까요. 주얼리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라면 오션스8 영화 속 화려한 주얼리를 감상해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끝) /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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