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충무로 샘표 본사 1층의 '우리 맛 공간'에서 만난 최정윤 샘표 우리 맛 연구팀장은 직접 개발한 '씀바귀 우유 된장 푸딩'과 '표고버섯 자루 무침'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외에도 곰취 모히토, 기름 덜 쓴 가지볶음, 3분 채소 스프 등도 소개했다. 이 메뉴들은 샘표의 우리 맛 연구팀의 손에서 나왔다. 1년 여간 식재료 300kg을 소진하고, 식재료를 찾아 2500km의 산지를 돌아다닌 결과물이다. 레시피는 2500건이 나왔다.
우리맛 연구는 획일화되는 식습관 속에서 우리맛 가치를 재별견하기 위해 시작됐다. 샘표의 우리 맛 연구팀에는 셰프, 식품공학자, 영양학자, 콘텐츠 디렉트 등 서로 다른 분야 인재 80여 명이 모여 있다. 식문화와 재료, 영양 등에 대해 조언해주는 멘토도 20 명 정도. 이 팀은 △한식 기반 연구 △식생활 연구 △제품 개발 연구 등을 하고 있다. 이들은 그 동안 한식에 없던 '요리과학연구방법론'이라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방법은 쉽다. 쉽고, 맛있고, 건강하게 우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리려는 취지다. 최 팀장은 냉장고 속 남은 채소와 물을 접시에 붓고 연두를 몇 방울 떨어뜨려 3분간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3분 채소스프’를 만들며 “라면 봉지 뜯는 정도의 수고로움이면 할 수 있다”고 했다.
최 팀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우리맛 연구는 2011년 샘표가 스페인 요리과학 연구소인 알리시아연구소와 협업한 게 씨앗이 됐다. 콩 발효액 연두가 스페인 셰프들을 매혹하며 한식 발효기술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샘표는 우리맛 연구 결과를 토대로 7월 미국 맨해튼 연두 스튜디오를 공식 개관하고, 유럽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샘표는 앞서 2013년 오송에 '우리발효연구중심'을 만들어 식품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매출 2000억원의 간장 회사가 300억원을 들여 연구소를 짓는다고 하자 다들 “미쳤다”고 했다. 오너 3세인 박진선 샘표 사장의 결심은 확고했다. 1997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샘표가 언제까지 간장 회사로 남을 수 없다”며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하고,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자”고 했다. 21년이 지난 지금 생산직 직원 수는 700명에서 200명 이하로 줄었고, 마케팅과 연구원 수는 크게 늘었다. 연매출도 6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와의 협업도 화제가 됐다. 본사 1층 우리 맛 공간에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적용한 패밀리허브 냉장고, 상냉장·하냉동 타입 빌트인 냉장고, 인덕션 전기레인지, ‘워터월’ 기능이 적용된 식기세척기, 빌트인 오븐 등 셰프컬렉션 라인업 등 프리미엄 주방 가전제품들을 설치했다.
두 회사는 이 공간에서 다양한 강좌나 워크숍을 진행하고 식품·요리 관련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모아 식문화 발전을 위한 콘텐츠를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 “인공지능(AI)이 요리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고,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회사 비전을 갖고 단순 제조사가 아닌 종합 식품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끝) /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