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靑정책실장이 한미정상회담에 동행한 이유는

(손성태 정치부 기자) 지난 21일 미국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것은 내달 예정된 사상 첫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사전 의제조율이 주목적이었다. 1박4일 일정의 한미 정상의 만남을 ’원포인트 정상회담’으로 부르는 이유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식 수행단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합류한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그의 동행목적 및 역할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다.

청와대 ‘경제사령탑’인 그의 정상회담 수행은 내달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싱가포르 핵담판’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묘종의 경제적 거래를 역제안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흘러나왔다.

장 실장은 대통령 전용기로 서울 성남공항과 미국 앤드류스 공군기지를 이동하는 중간중간 기자들에 둘러쌓여 이러한 추측에 대한 질문세례를 받아야 했다. 장 실장은 “단독및 확대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달래기용’으로 어떤 보상책을 제안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의용 안보실장에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최근 북한의 강경입장 선회와 관련,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체제안정 외에 경제 교류 재개 등 플러스 알파(α)를 제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빙긋이 웃기만 했다. 장 실장이 부정도 긍정도 아닌 ‘NCND(neither confirm nor deny)’태도를 유지했지만, 최근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간 대치상황을 감안할때 문 대통령이 대북 보상책을 제안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관료와 청와대 참모진을 통털어 트럼프 대통령과 소위 ‘케미(캐미스트리)·서로 잘어울인다는 신조어)’가 맞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장 실장의 순방단 합류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캐미’때문이란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에서 ‘분위기 메이커’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부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불평등을 지적하면서 수정내지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첫 만남에서도 호의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미FTA엔 여지없이 공격본능을 드러냈다. 장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역없이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이란 사실은 여러 수치를 제공하면서 즉석에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이 와튼 스쿨 동문임을 배석자들에게 상기시키면서 “스마트 가이”라고 추켜세웠다. 두 정상의 회담분위기도 순식간에 화기애애하게 변했다고 당시 배석자들은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기자회견을 통해 “미북정상회담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주요 외신들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 발언을 긴근 뉴스로 전했다.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기도 전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장 실장은 이날 상황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부정적 발언을 쏟아내며 한미정상회담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냔 의심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발언은 국내 여론을 의식한 ’트럼프식 화법’일 뿐”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단독및 확대정상회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양국 공조를 강화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우리측 배석자들은 “확대정상회담의 분위기가 매우 좋았고, 장 실장이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분야외에 한미FTA등 통상이슈를 꺼내들 수 있다는 한국측 예상은 어느정도 맞아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전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한미 FTA가 미국에 여전히 불리하고, 특정분야는 재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장 실장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문제를 언급했지만 단독및 확대정상회담에서는 그런 얘기가 한마디도 오고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실장의 미국 순방단 합류의 진짜 이유는 양국간 통상이슈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에 대비한 차원이었을 것으로 유추되는 대목이다.(끝)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