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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케 하라'…삼성 올림픽 쇼케이스 방문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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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재연 산업부 기자) 지난 10일 오후 5시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7시 쇼트트랙 경기를 앞두고 시간을 때울 겸(?)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방문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do what you can’t)’. 삼성의 브랜드 정신이 건물 외벽에 적혀 있었습니다.

보통의 기업 홍보관과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빗겨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삼성 갤럭시 노트8 휴대폰을 빌려주더군요. 휴대폰에 설치돼 있는 버디 앱(응용프로그램)을 켠 채로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코너마다 준비된 스마트 도장을 휴대폰에 찍으면 버디 포인트를 쌓을 수 있습니다. 이 포인트를 700점 이상 모으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삼성 핀으로 바꿔줍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한정판 핀을 본 관람객들은 포인트를 모으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첫 번째 관문은 ‘언박스 삼성(unbox samsung)’ 코너였습니다. 삼성전자 제품의 역사부터 갤럭시의 디자인 철학, 올림픽 후원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인데요. 1988년 처음 출시된 거대한 휴대전화를 들고 ‘88년도 스타일’로 셀카를 찍으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체험을 통해 제품의 역사를 알리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노트8의 셀카 화질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화봉송 횃불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 곳에서는 30분이 넘는 대기줄이 이어졌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며 버디앱에서 VR기기를 활용한 ‘윈터 라이드’를 예약했습니다. 앱을 활용하면 시간대별로 이용할 수 있는 기구를 알려주고, 탑승 시간에 맞춰 알림도 해줍니다.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 같았습니다. 저는 스키를 탔는데요. 기어VR과 헤드셋을 착용한 후 전용 라이드에 탑승하니 어느새 산 꼭대기에 서 있더군요. 슬로프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구름 속으로 돌진하는 스키 점프를 할 때는 ‘바이킹’을 탈 때처럼 심장이 내려앉았습니다. 관람객들은 연이어 소리를 지르고, 스키를 타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엎드려서 스켈레톤을 체험하는 관람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배를 썰매에 밀착시키자 진동이 이어지고 썰매가 이리저리 기울었습니다. 찬바람까지 나오자 ‘선수’들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스키, 스노우보드, 스켈레톤 뿐만 아니라 달의 중력을 실현한 ‘VR우주 미션: 인류의 달 탐사’라는 체험도 있었는데요. 4D 가상현실로 탐사 미션을 수행하는 코너로 이번 행사에서 최초로 선보인다고 합니다. VR 체험의 진화인 셈이지요.

이곳 저곳 둘러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더군요. 규모가 3069㎡나 되다 보니 제품 체험존, 스마트 홈 등은 구경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핀 3개를 받았습니다. 다른 모양의 핀을 모으기 위해 ‘뽑기’에 집중하는 관람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이 다른 회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1997년 IOC와 올림픽 공식 파트너(TOP) 계약을 체결했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올림픽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쇼케이스는 선수, 관계자,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해 왔다”며 이번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홍보는 잠잠합니다. 이렇다할 개관식도 없었습니다. 같은 날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홍보관을 직접 찾아 개관식을 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IOC와 올림픽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선 ‘안방’인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홍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개최국 입장에서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준비를 했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앞에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끝)/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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