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품을 기획·디자인한 스포츠·문화 전문기업 왁티(WAGTI)의 강정훈 대표(사진)는 “한국에만 있는 손가락 하트 문화를 세계에 알릴 길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제품을 기획하게 됐다”며 “스마트폰 터치 기능에 ‘평창 굿즈’라는 의미가 더해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의 이력은 모두 ‘스포츠’로 통한다. 휘문고와 고려대에서 농구선수로 활동했고, 미국 뉴욕대에서 스포츠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뒤 2005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10년간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다섯 차례의 올림픽 마케팅이 그의 손을 거쳤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의 런던올림픽 사무소장을 맡았다.
당시 삼성전자가 B2C(기업 대 고객) 홍보 위주였던 스포츠 마케팅에서 벗어나 비자 등 IOC 후원사들을 중심으로 B2B(기업 대 기업)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강 대표의 작품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갤럭시S6 아이언맨 에디션을 기획했다. 2015년 능력을 인정받아 무선사업부 글로벌스포츠&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담당 부장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더 큰 꿈이 생겼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등 아시아권에서 올림픽이 줄줄이 열리는 상황은 ‘스포츠 마케터’에게는 큰 기회였습니다. 한국에 제대로 역량을 갖춘 스포츠 마케팅 회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5년 회사를 나와 2016년 왁티를 창업하게 된 계기다. 삼성전자 출신 3명, 제일기획 출신 2명이 의기투합했다. 몇 달 만에 KT, 노스페이스와 스포츠 마케팅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출신에 국내에서 드물게 올림픽 마케팅 경험이 있는 것이 강점이었다. 올림픽 외의 행사도 기획했다. 지난해 10월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 크리스 프룸과 함께하는 아마추어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 레팁 코리아’ 행사를 열어 자전거 마니아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위기도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내 기업들의 평창동계올림픽 후원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 그때 돌파구를 찾은 것이 장갑이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을 지켜본 결과 추운 날씨에 경기장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선물하기도 좋은 제품이 장갑이던 것. IOC와 계약을 맺어 올림픽 헤리티지 컬렉션 ‘2018 달항아리 에디션 한정판’도 선보였다. 한국의 달항아리를 작은 모형으로 제작해 각 달항아리에 역대 동계올림픽 마크를 넣은 제품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지만 요즘 그는 일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벌써부터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 공기업, 대기업에서 마케팅 계약 체결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림픽은 스포츠 브랜드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그는 “일본의 아식스, 독일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는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경기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삼성전자에서의 업무 경험을 살려 앞으로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스포츠용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