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성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헤일리 맥클린토크 미국 하버드대 연구원 팀은 식품공장이나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제품이나 부품을 반복적으로 집어 옮기는 ‘델타로봇’을 밀리미터(㎜) 크기로 줄이는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17일 발표했다.
델타로봇은 집게가 달린 팔 3개를 이용해 상하·좌우·앞뒤로 움직이며 물건을 반복적으로 신속하게 옮기는 역할을 한다. 식품 공장에서 제품을 옮기거나 액정(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부품 가공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1970년대 처음 등장한 델타로봇은 쓰임새가 크게 늘었지만 작동 원리가 복잡하고 필요한 부품이 많아 크기를 1m 이하로 줄이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로봇의 크기를 수십㎝도 아닌 가로 세로 15㎜, 높이 20㎜로 줄이는 도전에 나섰다. 연구진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종이접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존 로봇이 팔과 이를 작동시키는 모터 등의 딱딱한 부품을 이어붙이는 방식인데 반해 평면(2차원) 탄소섬유에 전기를 주면 움츠러들거나 펴지는 압전소재를 붙인 뒤 펼치면 다양한 입체 형태를 보이는 팝업카드 형태로 개발했다. 압전소재가 모터 대신 팔을 움직이는 원리다.
이 로봇에 전기를 주면 초당 200회를 반복적으로 집어 옮기기를 반복한다. 연구진은 원과 별, 알파벳 ‘H’ 모양을 그리게 한 결과 기존 델타로봇보다 15~25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도 기존 델타로봇이 수㎜ 수준인데 비해 1000분의 1 수준인 마이크로미터(㎛)에 그친다. 1㎜짜리 물체는 물론이고 5㎛ 물체를 옮기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크기를 밀리미터 수준으로 줄였다는 점을 강조해 이 로봇에 ‘밀리델타로봇’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미세한 진동인 사람의 손떨림을 81%까지 줄일 수 있다”며 “사람의 미세한 팔조작에 의존하는 로봇수술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 /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