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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주택대출 받기 어려워지니 눈 돌린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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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가파르게 급증한 가계부채는 줄곧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정부는 작년부터 강하게 대출 규제 정책을 폈고요. 잇따른 강력한 대책에도 좀체 꺾이지 않는 듯 했던 가계부채가 이제 수그러드는 모습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여파로 주택 거래가 줄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10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은행과 보험, 상호금융,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90조3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6년 가계대출 증가액 123조2000억원의 72% 수준입니다. 작년 1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5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월의 증가액(9조2000억원)이나 전월 증가액(10조원)보다 둔화했습니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완만해진 영향이 컸습니다. 주택대출은 아무래도 다른 대출에 비해 건당 규모가 크거든요.

그런데 정부가 예의주시하던 주택대출이 아닌 다른 부문에서 급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신용대출입니다. 주택대출 규제 강화로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신용대출로 눈을 돌린 겁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따라 이들의 공격적인 영업 정책도 한 몫했고요. 통계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작년 12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8000억원(한국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1년 새 58조8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2015년(+78조2000억원), 2016년(+68조8000억원)보다 완만해졌습니다. 그 중 주택대출(570조1000억원)은 37조1000억원 증가했고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상업용 부동산 대출 등으로 구성된 기타대출(195조8000억원)은 21조6000억원이 늘었습니다. 주택대출 증가액은 2015년(+70조3000억원), 2016년(+55조8000억원)보다 줄었지만 기타대출 증가액은 확 늘어 200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대를 나타냈습니다.

정부가 주택대출을 조이면서 은행권 문턱이 높아지자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필요한 돈을 충당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사실 주택대출이 꼭 주택 매입 목적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대출을 받아 생계 자금으로 쓰는 소비자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이 채널이 막히니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높은 신용대출이라도 찾게 된 겁니다. 물론 주택대출로 부족해진 자금을 신용대출로 채우는 소비자들도 늘었지만요.

일각에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가계부채의 질만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작년 11월 말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올해도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데 대출 부실 우려가 아무래도 더 커진다는 얘기죠.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난달 전체 기업대출은 줄었는데 자영업자 대출만 유독 증가했거든요. 가계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자영업자 대출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입니다.

일단 금융당국은 “작년 가계대출 증가세가 전년보다 둔화되는 등 점차 안정되고 있다”라면서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분위기라 가계대출 시장을 계속 관찰하면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내수가 살아나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늘어 절대적인 빚 규모가 줄지 않는 한 가계부채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듯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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