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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공무원의 '철학 부재 논란' 부른 법인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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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경제부 기자) “내가 이 이야기는 안하려고 했는데…”

지난달 30일 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세소위원회 회의실.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이 테이블에 같이 앉아있던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위관계자를 불만 섞인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여당과 야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 인상에 대해 큰 견해차를 보여 세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여당은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을 각각 2%포인트, 3%포인트 인상하자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자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세율 인상에 거세게 반대했습니다. 여야의 이견이 지속되면서 논의 진척이 없자 이종구 의원이 말을 꺼내기 시작한 겁니다.

이종구 의원은 작심한듯 세제실 고위관계자를 향해 “10년 동안 조세소위에서 세법 심사를 했는데 이번 세제실팀이 최악”이라며 “철학도 없고 준비도 안돼 있고 뭘 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이어 “세제실팀이 세수 추정도 제대로 못하고 작년과 금년 세금이 더 걷히는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20조원이나 세수가 늘었는데도 작년에 올린 소득세를 또 올리겠다고 하고 법인세도 이유없이 더 걷겠다고 한다. 국민들이 납득을 하겠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세제실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종구 의원은 행정고시 17회로 기재부(옛 재무부) 출신입니다.

기재부는 지난 8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재계와 세제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소득분배 효과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법인세는 대주주가 아닌 법인에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에 인상해도 소득분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그렇다”고 답변했을 정도입니다.

이종구 의원 말대로 현 기재부 세제실팀이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가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철학도 없고 준비도 안돼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제실팀이 마련한 세법 개정안 덕분에 이를 부수법안으로 삼은 예산안 처리는 시한을 넘겼고, 여야는 오늘도 지루한 공방을 이어갈 듯 싶습니다. (끝) /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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