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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세대교체… 2030 '밀레니얼'이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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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신발·가방 승승장구

틀에 박힌 브랜드는 거부
디자인 화사하게 바뀐 구찌
'양말 신발' 발렌시아가 인기

온라인에 시큰둥했던 명품들
"젊은층 공략에 필수" 팔 걷어

눈에 확 들어오는 화려한 무늬의 옷, 총천연색이 들어간 가방과 신발. 올해 명품시장을 휩쓴 트렌드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발표한 ‘2017 명품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명품시장은 색다르고 화려한 제품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했다. 이들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명품을 대거 구입하면서 명품시장은 지난해보다 5.2% 성장한 2620억달러(약 285조6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 흐름에 가장 잘 올라탄 브랜드는 구찌였다.

◆세대교체가 휩쓸고 간 명품시장

올해 2분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명품 브랜드 1위가 구찌였다. 가장 많이 팔린 상위 제품 10개 중 4개가 구찌 브랜드. 3분기에도 구찌 매출은 작년보다 49.4%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했다. A백화점에서 올해 10월 말까지 구찌의 매출 증가율은 40.5%에 달했다. 같은 기간 루이비통이 0.7%, 샤넬 18.9%, 에르메스 15.4%였던 것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높은 성장세다.

‘괴짜 명품’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이 구찌 실적을 끌어올렸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를 ‘명품시장의 세대교체’가 일어난 해로 규정했다. 명품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것은 85%가 Y세대, Z세대로 부르는 밀레니얼 세대였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2000년대생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작은 사치’ 성향을 보인다. 동시에 그들은 틀에 박힌 명품, 고리타분한 디자인을 거부한다. ‘엄숙한 디자인’의 기존 유명 브랜드는 이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대신 화려한 꽃무늬, 튀는 신발과 가방 등을 내놓은 구찌 등의 브랜드는 승승장구했다.

발렌시아가도 마찬가지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뎀나 바잘리아 디자이너가 합류한 뒤 내놓는 상품마다 히트를 쳤다. 올해 상반기 양말처럼 신는 신발 ‘스피드러너’에 이어 가을엔 ‘트리플S’ 스니커즈까지 연달아 품절됐다. 발렌시아가는 국내 B백화점에서 매출이 73%나 급증했다. 샤넬과 에르메스의 증가율 17%, 18%를 훨씬 웃돌았다. 구찌도 매출 증가율 34%를 기록했다.

◆“온라인·스포티즘에 주목하라”

‘스포티즘’ 열풍도 세계 명품시장을 흔들었다. 정장을 잘 만드는 ‘우아하고 고상한 브랜드’가 아니라 캐주얼한 스트리트 패션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가 약진했다.

명품업계 거물들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루이비통은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에 먼저 손을 내밀어 협업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마다 1주일씩 밤을 새워가며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

국내 한 유명 백화점의 발렌시아가 매장은 뎀나 바잘리아가 만든 스니커즈를 사려는 젊은 층이 주말마다 몰려든다. 구찌의 에이스 스니커즈, 아크네 스튜디오의 실버 스니커즈 등은 올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골드만삭스는 2020년까지 밀레니얼 세대들이 미국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특히 신발을 사 모으는 사람이 많아 이들이 소비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명품업체들이 온라인과 모바일 사업을 키우는 것도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딜로이트의 ‘2017 명품의 글로벌 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채널이 확연히 갈렸다. 베이비붐 세대의 72%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명품을 구입하고 온라인은 22%, 모바일은 6%에 그쳤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58%가 매장에서, 23%는 온라인에서, 19%는 모바일에서 명품을 샀다. 이들을 겨냥해 세계 1위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 6월 루이비통, 디올, 펜디 등 자사 브랜드를 판매하는 온라인몰 ‘24세브르닷컴’을 열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2025년까지 명품업체들의 온라인 매출 비중이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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