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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켄이 "맥주마시지 말라"고 광고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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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생활경제부 기자) 거의 대부분의 회사에서 마케팅 영업부서는 가장 중요한 부서중 하나입니다. 회사는 돈을 벌어야 돌아가고, 돈을 벌기 위해선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파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최근에 이런 당연한 논리와 모순되는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맥주브랜드 하이네켄이 대표적인데요. 이 회사는 연말연시 ‘대목’에 ‘운전 하실 건가요? 절대 술 마시지 마세요(when you drive, never drink)’라는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F1 월드 챔피언십에서 3번이나 우승한 백발의 레이서 재키 스튜어트가 웨이터가 권하는 하이네켄을 거절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는 여유있게 차를 몰고 사라지죠.

맥주회사에선 자사제품을 맛있게 시원하게 마시는 광고를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자사 제품을 안 마시겠다고 거절하는 광고를 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죠. 하이네켄은 “맥주 한잔을 더 파는 것 보단 한잔을 절제함으로써 지킬 수 있는 가치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140년이나 된 전통이 있는 맥주회사로서 올바른 주류문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이 같은 광고를 제작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사지말라는 마케팅으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를 공개하면서죠. 블랙 플라이데이는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입니다. 이럴때 제품을 새로 사서 입기 보다는 기존 제품을 수선해 오래오래 입으라는 광고를 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2013년에는 낡고 헤진 아웃도어 의류를 무상으로 수선해 주는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죠.

사지말라는 광고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에게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가치있는 기업으로 인식하게 되기 떄문이죠. 실제 파타고니아는 자체불매운동이 화제가 되면서 2013년 미국 아웃도어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이네켄의 광고도 SNS상에서 “참된 기업이다”, “급이 다른 회사다” 등의 댓글이 달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목표와 수단에 대한 발상의 전환은 기업에게만 적용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단순하게 집착했던 수단이 있었다면 멀리 내다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끝) / yjle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