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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性속의 경제史) 천박에서 순결로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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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니체는 기독교를 노예들의 도덕이라고 불렀다. 옳은 말이었다. 기독교도는 스스로를 종이라고 부르기를 마다하지 않으니 노예들의 도덕임에는 분명했다. 교인들 자체가 초기에는 대부분 하층민이었다.

어떻든 기독교는 생에 대한 찬가라기 보다는 생에 대한 저주였다. 죄를 지어 이 세상으로 보내졌고 인생은 속죄의 길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인생은 부정되고 초기 교인들은 박해를 피해 지하로 숨어들어갔다. 로마의 정신이 점차 육체의 천박성에 물들어 갔다면 초기 기독교 사회는 육체의 부정을 정신을 고양시키는 한 중요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이 어떻게 로마의 박해를 견뎌냈었겠는가. 심지어 결혼이라는 것은 안 하는 것이 좋고 육욕이 넘쳐나 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할수 없이」 결혼이 허용되었다. 바로 여기서 기독교가 인류사에 공헌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생겨났다. 혼인의 순결은 바로 일부일처제로 규정되었다. 어떤 교부는 섹스 후에 찾아오는 허탈감이야말로 그것이 죄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오나니즘(자위)이나 동성 연애는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다신주의는 쾌락의 사상이며 쾌락주의를 정당화했다. 신은 인간의 전형들만을 끌어 모은 것일 뿐 초월적인 것이라고는 없었다. 유일신이 이를 대체했다. 이제 인간의 생각은 하나의 근엄성과 엄격성으로 돌아갔다. 그러니 박해를 극복할 힘이 붙었다. 다신은 굳이 비교한다면 도깨비 같은 그런 신들에 불과했다. 지나친 것은 반드시 반동을 부르는 것이기도 했다. 로마의 극에 이른 악행은 초기 기독교라는 다른 극단으로 옮아 갔다. 많은 수행자들이 육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차라리 거세를 선택했다. 간통과 통음 대식 심지어 동성연애 등은 이제 로마와 더불어 파멸하는 죄악으로 규정됐다. 대식 역시 죄로 규정됐다. 많이 먹는 것이 죄로 규정되는 것은 가난한 자들과 일하는 계급이 볼때 죄악임에 분명하다. 일하지 않는자 먹지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마의 귀족들은 사실 밤새워 통음하고 구역질로 다시 뱉어내면서 다시 술과 기름진 음식을 먹어댔다. 먹기 위해 섹스를 즐기고 섹스를 위해 먹어댔다. 그러니 로마의 이단자, 기독교인들에게 대식은 곧 죄였다. 어떤 성직자들은 차라리 굶는 것을 택했다. 나중에는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여위어갔다. 반작용이었다.

외곽으로 퍼져갔던 기독교는 점차 로마의 중심을 파고 들었다. 더욱이 성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여자들을 파고 들었다. 누구든 순결을 회복하면 복음은 그녀의 것이 됐다. 막달라 마리아는 로마에 넘쳐나던 여인들에게 희망의 존재였다. 이로써 로마는 구원의 길로 들어섰다. 내세의 종교, 일신의 종교, 자제와 금욕의 종교가 탐욕과 방종 현세종교를 누르고 이겼다. 그러나 그것은 또 하나의 극단, 즉 길 고긴 암흑시대를 역사에 만들어내게 된다.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