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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홍보사관학교로 거듭난 대웅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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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제약영업계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웅제약이 홍보 분야에서도 사관학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에 몸담았던 홍보 인력들이 잇달아 빠져나가 제약·바이오업계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서입니다. 과거 대웅제약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메디톡스, 휴온스, 코오롱생명과학 등 동종 업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제약업계 홍보는 대웅제약 출신들이 꽉 잡고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지난 4월 외부에서 영입한 대웅제약 홍보팀장이 6개월여만에 사표를 제출하면서 또다시 경쟁사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작년 말 한 고위급 홍보 임원이 대웅제약과 보톡스 소송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로 이직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려가 현실이 되진 않았지만 잦은 인력 이탈에 대웅제약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후문입니다.

대웅제약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한 인력이 빈번하게 교체된 것은 수년 전부터 계속되온 일입니다. ‘홍보인의 무덤’이라는 얘기가 나온 건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교체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해도 업무에 적응할 때 쯤되면 버티지 못해 나가다보니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약산업은 용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규제산업의 특성상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보수적이어서 업무 적응에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업무 이해도가 높은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인력을 구하려고해도 이미 대웅제약의 ‘악명’이 높아져서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업계는 대웅제약의 업무 지시와 소통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홍보업무는 경영진과 내부 직원들과 소통뿐만 아니라 외부와 소통까지 책임져야하는 일이어서 다른 업무보다 최고경영자와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 대웅제약이 개최한 글리아타린 관련 기자간담회가 윗선과 의견 차이를 극명히 드러내는 사례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대웅제약은 이 자리에서 종근당의 제품 대신 대웅바이오의 제품이 대조약이 돼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서 대웅제약의 ‘생떼쓰기’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기자간담회를 만류했지만 경영진의 강경한 의지로 강행하게 됐다고 합니다. 대웅제약 측이 외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알리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입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는 것은 소통이라고 볼 수 없을 겁니다. 새로운 사람을 채우기 급급하기보다 회사를 알리는 최전선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이유부터 분석해야하지 않을까요. (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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