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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사랑하는 언론"...〈뉴욕타임스〉 `서비스 저널리즘`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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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2017 KPF 저널리즘 콘퍼런스'의 하이라이트는 <뉴욕타임스>의 '서비스 저널리즘' 사례 발표였다. 사실 '서비스 저널리즘'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독자들에게 '맛집'을 소개한다거나 '여행 팁'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다 그쪽이다. 말하자면 독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독자의 삶에 영향을 주는 독자 지향적인 서비스다.

팀 헤레라(Tim Herrera) <뉴욕타임스> 스마터 리빙(Smarter Living)팀 에디터는 '독자를 돕는 것'이 서비스 저널리즘의 미션이라고 정의했다. 대표적인 방식이 제품 리뷰, 가이드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여행 가방 싸기, 연인과 행복하게 사는 비결 등 하나의 주제를 잡고 심층조사를 해서 3000~4000 단어로 작성한다. 다른 데서 구할 수 없는 정보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자에 대해 파악하는 일이다. 내부 리서치를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에서 트렌드를 검색해 독자가 원하는 것을 발견한다. 호화 결혼식장에 초대됐을 때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모든 것이 부담이다. 하지만 이를 드러내놓고 문의하는 경우는 없다. 스마터 리빙팀은 구글 검색으로 하객의 부담이 적잖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질문은 없었지만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 독자의 반응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

팀 헤레라 에디터는 "우리의 독자가 가려워하는 것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그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적인 독자군을 찾아내려 다양한 플랫폼으로 유통한다. 각 소셜 플랫폼에 최적화한 포맷으로 제작한다. 모든 스토리가 표준적이지는 않다. 에세이 형식도 있고 '질의-응답'의 형식도 취한다. 각각의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한다. 또한 다른 언론사와도 콘텐츠 상호 노출을 전개한다. 어디에 정보를 올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자가 어디에서든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스마터 리빙팀은 '와이어커터(The Wirecutter)'와 협업을 한다. '와이어커터'는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3천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인수한 제품 추천 사이트다. '와이어커터'는 전문가들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IT기기, 생활용품 등을 대상으로 비교 평가를 한다. 독자의 기호나 예산을 감안해 다양한 선택 항목도 제시한다. 무엇보다 관련 제품군을 계속 업데이트함으로써 최신성을 유지한다.

중요한 점은 <뉴욕타임스>는 이 서비스의 투명성에 주목한다. 누가 추천했는지, 어떻게 테스트했는지, 왜 신뢰할만한 제품인지를 상세히 공개한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어떤 이익이 있는지도 밝힌다. <와이어커터>에서 제품판매가 일어나면 <뉴욕타임스>는 수수료를 챙기는 만큼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현재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자수가 350만 명이다. 이중 디지털 유료 구독자는 250만 명. '독자 퍼스트' 전략은 이제 <뉴욕타임스>의 미래 생존의 핵심 승부처가 됐다. <뉴욕타임스>의 경쟁자는 넷플릭스, HBO, 스냅챗처럼 온라인에서 독자의 시간을 가져가는 미디어다. 모든 플랫폼에서 거대 미디어와 경쟁하는 <뉴욕타임스>가 많은 독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의 삶에 초점을 두는 배경이다.

<뉴욕타임스>의 서비스저널리즘 사례발표가 끝나자 "우리도 이런 걸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언론사와 커머스업체 간 물밑 작업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한국 언론의 '서비스저널리즘'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접근이어야 할까?

"우리의 독자들은 <뉴욕타임스>를 정.말. 사랑합니다." 팀 헤레라 에디터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다. 독자의 사랑을 받는 언론이 '서비스 저널리즘'의 동력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로이터연구소의 <2017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6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국내 언론사 뉴스조직 내부에 공정성, 사실검증을 위해 만들어진 많은 자율기구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10여년 전 <뉴욕타임스>에 방문했을 때 '뉴욕타임스' 브랜드 로고가 박힌 라운드 티셔츠와 야구모자를 쓴 노인과 손자를 만났다. 이 모습이 신기(?)해서 물었더니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손자가 학교숙제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논설위원)에게 이메일로 보냈더니 상세한 답변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먼저 독자를 사랑하고 우대하라!' 이것이 서비스저널리즘의 진정한 출발선이 아닐까?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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