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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감성 작가 ‘새벽 세시’ 인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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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후 캠퍼스 잡앤조이 인턴기자) 누구나 쉬이 잠 못 드는 밤이 있다. 고민이 있을 때,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할 때, 밤하늘이 유달리 밝을 때.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날이 누구에게나 있다. 작가 ‘새벽 세시’는 이러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2013년, ‘새벽 세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글로 잠 못 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밝혀주기 시작했다. 이후 SNS 작가로 알려지며 책 ‘새벽 세시(2016년)’, ‘괜찮냐고 너는 물었다 괜찮다고 나는 울었다(2017년)’, ‘그 시간 속 너와 나(동그라미, 새벽 세시 공저, 2017년)’를 출간했다. 지난 5월부터는 드라마 작가로 변해 영상으로도 독자에게 찾아가고 있다. 네이버TV ‘웹드라마 새벽 세시’ 채널을 통해서다.

SNS, 책,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 ‘새벽 세시’를 만났다. 다만, 사전 요청으로 성별, 나이, 직업 등의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2013년에 ‘새벽 세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계기가 있다면.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다. SNS가 발달하며 책이 아니더라도 좋은 글을 많이 접하게 됐다. 간직하고 싶은 글을 한데 모을 공간이 필요했다. 내가 본 글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다 점점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지금은 직접 쓴 글만 올리고 있다. 창작물만 올린 지는 햇수로 3년 정도 됐다.”

-필명을 왜 ‘새벽 세시’라고 지었나.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다. 작품에 감정 이입도 잘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봤는데 사람이 지나치게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간이 새벽 세 시라고 하더라. 그때부터 필명으로 삼게 됐다.”

-글을 읽어보니 사람의 감정이나 관계에 대한 짧은 글이 대부분이다. 감정을 포착하는 이유는.
“‘내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을 모아보자’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서 일기장 같은 느낌으로 운영했다. SNS 특성상 긴 글 보다는 짧은 글을 더 많이 업로드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창작물도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일기장이라는 게 오늘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기록하는 용도가 아닌가. 나도 사람이니까 사회생활을 하며 어떤 생각을 했고, 누군가와 부딪치며 살아가는 느낌을 쓰다 보니…. 다만 나는 글을 조각내는 특성이 있다. 줄글로 쭉 쓰기보다는 감정을 짧게 정리해서, 순간을 포착하듯이 쓰는 특징이 있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일기장의 한 조각을 접하고 공감해주는 게 아닐까.”

-페이스북 페이지뿐만 아니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도 운영 중이다. 역할이 나뉘어 있는지.
“플랫폼마다 역할을 나눠 운영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는 주된 이유는 ‘더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서’다. 사실 페이스북 페이지만 관리할 때 독자들에게 ‘페이스북 이제 탈퇴하는데 다른 SNS에서 만날 수 없냐’는 요청이 많이 와서 만들었다. 현재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게시글을 캡처해서 페이지와 트위터에 올리는 식으로 관리 중이다. 신기하게도 SNS마다 유저의 특징이 달라서 분석하는 재미도 있다.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내게 직접 말을 걸어온다. 댓글이나 메시지를 보내며 얘기를 들어달라는 요청이 많다. 다른 SNS보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트위터 유저는 말없이 내가 올린 게시글을 공유한다. 누가 글을 공유했는지 모두에게 공개되는 구조라서 그런 현상이 가능한 것 같다. 페이스북 유저는 친구를 태그해 ‘이 글 너무 공감간다’며 공유하거나 나와 직접 소통한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두 유저의 속성이 담겨있다.”

-웹드라마 ‘새벽 세시 시즌 1, 2’도 나왔다. 제작에 직접 참여하나.
“각본을 직접 쓰고 있다. 대학 4학년 때 영화 시나리오 의뢰를 받아 알게 된 감독이 있다. 올해 초 그에게서 웹드라마로 만들어보자는 제의가 왔다. 나도 글을 조각내어 쓰다 보니 독자들이 드라마 대사 같다는 반응도 보여줘 드라마에 관심이 생기던 차였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받아들였다. 수익을 얻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어서 웹드라마 제작팀 모두 재능기부 형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다들 영상으로도 독자와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직접 각본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여태 써오던 글과 형식이 달라서 좀 어렵다. 그래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영상으로 나타내니 즐겁다. 각본만 쓰는 게 아니라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감독이 그만큼 편의를 봐준다. 각본 의도를 세세히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상 편집이나 배우의 이미지, 연기 등이 나의 글과 맞는 방향인지 하나하나 물어본다.”

-페이스북 페이지로 시작해 책을 출간하고, 웹드라마로도 제작된 것은 ‘새벽 세시’가 유일하지 않을까. SNS상의 글이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는.
“솔직히 말해 시대를 잘 탄 것 같다. SNS가 막 유행했을 때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감수성을 이용해 표현하고 싶지만, 그러면 남들에게 ‘오글거린다’고 핀잔듣기 일쑤였던 때다. 그런데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감성적인 글을 공유하면 오히려 ‘나도 공감한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내 글이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일환으로 활용돼 덩달아 유명세를 얻은 게 아닐까.”

-‘새벽 세시’를 운영하며 겪은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내 글 때문에 살았다고 말해준 사람들이 있다. ‘그때 봤던 문장 하나가 나를 지금까지 살아있게 했다’고 직접 메시지를 보내거나 내 글을 공유하며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더라. 말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내가 겪은 일, 감정을 보며 공감하고 힘을 얻은 것 같다. ‘힘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추상적인 존재라도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은 게 아닐까. 익명을 계속 고수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생생히 살아있는 한 명의 사람으로 고민을 나누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여러 명인 존재처럼 느껴지는 게 더욱 힘이 될 것 같아서. 그런데 나도 똑같이 위로를 받는다. 내 글로 인해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든든한 내 편처럼 느껴진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겠다. 후속작도 웹드라마를 제작하며 틈틈이 생각 중이다. 필사본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미 많이 출간됐더라. 다이어리를 쓸 때 도움 되는 책도 만들고 싶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날 어울리는 내 글을 예시로 보여주며, 독자의 감성도 쓸 수 있는 챕터를 따로 만든다던가. 새벽 세시와 함께 쓰는 다이어리라고 할까. (웃음)” (끝) / sinoo@hankyung.com (사진=‘새벽 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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