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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치 두고 기관간 치열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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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한국 경제의 뚜렷한 호조세일까, 한국은행의 지나친 낙관론일까.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하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한국은행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한은은 지난 19일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3%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앞서 4월과 7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겁니다. 이례적인 연속 상향 조정으로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3.0%)와 같아졌습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일종의 목표치 성격이 짙다면 한은은 말 그대로 각종 경제 지표를 근거로 해 성장률을 예상합니다. 그럼에도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와 격차가 너무 클 때가 그렇습니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한은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는 이유로 여러차례 거센 질타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한은의 예측 능력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죠.

23일 진행된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도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금리 인상 이슈와 함께 최대 화두였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면서 의구심을 잇따라 제기했거든요.

벌써부터 올해 성장률을 두고 각 기관간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각 기관간 시각차가 꽤 크게 벌어진 탓입니다. 대표적인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만 해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6%를 제시하고 있어 한은과 격차가 큽니다. LG경제연구원(2.8%), 현대경제연구원(2.7%) 등도 2%대를 점치고 있고요.

한국경제연구원은 한은의 수정 성장률 전망치 발표 직후 오히려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내린 2.8%로 수정 발표했습니다. 한은이 다른 기관보다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건 투자 관련 전망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큽니다.

한국경제연구원만 해도 정부 규제 등으로 기업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꺾이고 있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호조 등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15.9%에 달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하반기엔 8.7%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 방침과 시중금리 상승, 투자세액 공제 축소 등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비해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3개월 전 9.5%에서 14%로 높여 잡았습니다. 특히 하반기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12.1%로 한국경제연구원의 전망치(8.7%)보다 3.4%포인트나 높습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실제 성장률과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꽤 벌어졌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격차가 크게 줄면서 한은 내부에선 자부심이 상당히 높아져 있습니다. 오는 26일엔 한은이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를 발표할 예정이라 어느 정도 수치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습니다. 물론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아직 경기 회복에 대한 판단이 견고하지 않은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 전망치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 대해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금리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매우 느리고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고요. 올해 성장률을 두고 어떤 기관이 웃고, 어떤 기관이 머쓱해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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