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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영업직원의 실상 그린 '웃픈'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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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부 전예진 기자) 제약회사 영업팀장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가 요즘 제약업계에서 화제입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KBS2TV 드라마 ‘고백부부’인데요. 배우 손호준이 맡은 주인공 최반도는 악명 높은 제약회사에서 14년 동안 온몸을 던져 버틴 ‘영업의 신’ 입니다. 이 드라마는 최반도가 자신만의 ‘영업 스킬’로 고객들을 관리하면서 베테랑 영업맨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힘들었던 과정을 신랄하게 보여줍니다.

최반도가 거래처인 소아과 원장에게 신용카드를 빌려줬다가 아내 마진주(장나라)의 오해로 이혼에 이르기도 합니다. 극중 최반도는 거래처 병원장의 생일, 기념일 등을 각족 영업정보가 담긴 다이어리를 애지중지 다루는데요. 실제로 제약업계 직원들 중에는 수첩이 아니더라도 개별로 거래처 고객의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특징, 취향, 선호음식 등을 정리한 파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 최반도는 거래처 병원장의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선물을 준비하는데 자신의 결혼기념일은 잊어버려 아내의 원망을 듣습니다. 거래처 병원장은 병원 전등 교체부터 각종 심부름을 전담하고 내연녀 관리, 부부싸움 중재까지 나섭니다. 밤에는 여러 거래처 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현란한 폭탄주 제조실력을 선보이고, 개개인의 취향까지 파악해 맞춤형 제조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쌍벌제, 김영란법 이후로 많이 개선됐지만 과거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전합니다. 회식이나 술자리가 끝나고 한밤 중에도 전화해 당당히 결제를 요구하거나 사적인 잡무를 시키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 공개된 의사들의 ‘갑질’ 행태를 보면 공항까지 픽업 서비스나 가족 배웅, 마중 등 운전기사처럼 부려먹거나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오라고 시키는 일들이 다수 적발됐습니다.

최근에는 금전적 리베이트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노동력을 요구하는 신종 노무형 리베이트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드라마의 에피소드를 코미디로 웃어넘겨선 안되는 이유입니다. 제약업계도 영업사원들이 당당하게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정작용에 나서고 의료계도 자성해야할 것 같습니다. (끝) / ac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