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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3% 성장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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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빠르게 둔화했습니다. 금융위기 전후 성장률 하락 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큰 편에 속합니다.

2001~2008년의 한국 경제 연평균 성장률은 4.6%였지만 2009~2016년엔 3.1%로 1.5%포인트 줄었습니다. 2012년 이후 5년간은 2014년(3.3%)을 제외하고 모두 2%대에 머물렀습니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해 3% 성장률 달성의 상징적 의미는 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3%대 성장률 회복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정부는 올해 성장률로 2.6%를 제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 7월 성장률 목표치를 0.4%포인트 높인 3%로 수정했고요.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와 혁신 성장 등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국제 통상 환경이 악화하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북핵 리스크 등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내수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정부는 3% 성장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는 1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시장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함께 발표합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8%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날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릴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에 한은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3%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긴 합니다. 북핵 리스크가 한층 고조되고 사드 갈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 마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긴 어렵다는 이유에서죠.

사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두고 기관별 전망은 꽤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부(기획재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금융협회(IIF)는 3%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오히려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기존 2.9%에서 2.8%로 0.1%포인트 낮춘 것이죠.

상대적으로 낮은 전망치를 고수했던 현대경제연구원은 2.7%를 제시하고 있고요. 해외 투자은행들의 지난달 말 기준 전망치 평균은 2.8%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 성장 여부를 2018년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습니다. 그 밖에 부동산 경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감소 영향, 재정건전성, 기준금리 인상, 수출 경기, 임금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을 지목했고요.

특히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 정부가 경제 회복의 원천으로 내세운 소득 주도 성장의 정책 실효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감안해 기업 경쟁력 제고와 노동생산성 향상 등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향상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대외 불확실성 차단을 통해 수출 경기 회복세를 강화하고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한국 경제가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에 단순히 3% 성장 등 수치와 장밋빛 전망이 아닌 현실에 기반한 경제 정책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일단 오는 19일 한은이 어떤 경기 진단과 판단을 내릴 지부터 지켜봐야 겠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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