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 말로 끝납니다. 이 총재의 임기 만료를 7개월 가량 앞둔 상황에서 조 교수는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차기 한은 총재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이끌었던 경험 등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죠. 주류 경제학자인만큼 조 교수 스스로도 한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번 한은 총재 선임 때마다 거론돼 ‘한은 하마평 전문’이라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한은 직원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조 교수의 차기 한은 총재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조 교수의 저서를 읽거나 과거 발언들을 찾아보는 일이 꽤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 교수가 주미대사로 내정되자 한은 직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은 한 관계자는 “조 교수의 주미대사 내정으로 무주공산이 된 한은 총재 자리를 두고 전직 ‘한은맨’ 등의 물밑 작업이 활발해질 수 있다”며 “예상 보다 일찍 차기 한은 총재 하마평이 이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하더라고요.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엔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냈습니다. 당시 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주영국대사도 역임해 외교관 경험도 있습니다. 부산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미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죠.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하는 등 국제 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습니다.
한편 3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회의에는 유난히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청와대발(發) 기준금리 인상론 후 처음 열리는 회의이기 때문이죠. 물론 시장에선 연 1.25%의 현재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 총재에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 신호가 엇갈리고 있는데다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 등 변수가 부각된 탓이죠. 또 윤면식 한은 부총재 선임으로 7인 금통위원 체제로 다시 진행되는 첫 회의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매파(통화 긴축론자)’로 분류되는 윤 부총재의 발언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답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