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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교야구 성지 '고시엔'의 뜨거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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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미야=박상익 국제부 기자) 습고 덥기로 유명한 일본의 여름은 매년 8월에 열기가 최고에 이릅니다. 날씨 탓도 있지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이맘때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 대회는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려 일명 ‘고시엔(甲子園·갑자원)’이라 불립니다.

이 대회에서는 전국 3800여개 고교 야구부 중 지역 예선을 통과한 49개팀이 토너먼트로 자웅을 겨룹니다. 봄에 각 지역 추천팀끼리 경쟁하는 ‘선발 고교야구 선수권대회’(봄 고시엔)와 달리 이 ‘여름 고시엔’은 올해의 고교야구 최강자가 누구냐는 전국적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올해로 99회라는 역사를 자랑하기에 고시엔은 만화,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야구팬들도 고시엔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지요. 지난 16일 관전한 고시엔에선 일본 사람들의 고교야구 사랑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한 마에바시 고교(군마 대표)와 메이토쿠 고교(고치 대표)의 대회 2라운드 경기는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를 쉽게 찾기 어려웠습니다. 고시엔은 49개 팀(일본 지역단위인 도도부현은 47개지만 규모가 큰 홋카이도와 도쿄에서는 2개팀이 진출)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서 대회 초반에는 오전 8시부터 경기를 개최합니다.

각 학교 응원단은 ‘알프스석’이라 불리는 내야 바깥쪽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응원전을 펼칩니다. 30도를 훌쩍 넘기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은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를 진지한 모습으로 관람했습니다.

공영방송 NHK와 대회 주관사인 아사히신문은 TV와 대회 홈페이지로 모든 경기를 생중계합니다. 각 신문사와 방송사도 매일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냅니다. 덕분에 고시엔 단골 출전팀은 프로야구단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교수는 고시엔을 치르며 발생하는 경제효과가 351억엔(약 3680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입장객 84만명의 소비지출(162억엔)과 고화질 TV 수요, 스포츠 잡지 매출 증가, 관련 산업 매출 증가 등을 합산한 금액이라고 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입장료 수입입니다.

고시엔 대회는 600~1500엔 정도를 내면 내야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구장을 나가지 않는 이상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온종일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외야는 무료입장이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습니다. 미야모토 교수는 “저렴한 입장권 가격에도 불구하고 2주 동안 350억엔이란 경제효과가 나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승부가 가려지면 이긴 팀은 자랑스럽게 교가를 부르고 진 팀은 울면서 고시엔구장의 검은 흙을 담아갑니다. 눈물을 펑펑 쏟는 선수들을 미디어가 집요할 정도로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승자와 패자가 갈릴 때마다 ‘올해도 여름이 이렇게 끝나간다’는 기분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여름의 간사이는 매우 덥지만 정말로 뜨거운 것이 무엇인가 알고 싶다면 한번쯤 고시엔구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대회 홈페이지(www.asahi.com/koshien) 생중계로 열기를 간접 체험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끝)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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