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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청사 울린 '소록도 할매천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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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지난 17일 저녁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이 영화관으로 변신했습니다. ‘소록도 할매천사’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상영된 건데요. 세종청사 공무원과 가족 500여명이 영화를 보러 왔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이미 영화를 봤지만 공무원들과 가족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서 재관람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영화의 실존 인물인 마리안느 간호사도 직접 만났다고 합니다.

이 총리는 “이 영화가 주는 최고의 선물은 나의 내면에도 이타심의 DNA가 숨 쉬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을 주는 것”이라면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나의 알량한 이기심이 부끄럽게 느껴지신다면, 나의 질긴 탐욕이 싫게 느껴지신다면,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나의 가슴 깊은 곳에 ‘이타심의 DNA’, ‘희생과 헌신의 마음의 싹’이 숨 쉬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을 얻으셨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영화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대학 동기였던 마리안느 스퇴거(83)과 마가렛 피사렉(82)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1960년대 소록도 병원에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입국해 40년 간 무보수로 한센인 치료에 헌신하신 분들입니다. 한센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를 위해 영아원을 운영하고 재활치료, 의료시설 모금에도 나서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는데요. 한센병과 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2005년 건강이 악화되자 주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가방 하나만 들고 조용히 출국해 현재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마리안느는 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고 마가렛은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올 2월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됐고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그놈 목소리’, ‘강적’, ‘가족’ 등으로 알려진 윤세영 감독과 소록도 성당의 김연준 신부가 지난해 5월 소록도 100주년 기념에 맞춰 기획·제작해 지난 4월20일 개봉했습니다. 이해인 수녀가 나레이션을 통해 두 할매천사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들려줍니다.

정부는 두 분을 알리기 위한 선양사업을 비롯해 노벨평화상 추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흥군과 전남도는 자원봉사학교와 기념관을 올 12월 준공합니다. 영화는 지난 6월 오스트리아에서 시사회를 열었고 오는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상영된다고 합니다.

이 총리는 “세종청사에서 여러 차례 나눠 무료 상영을 하겠다”면서 “무료 상영이 가능한 것은 제작자이신 김연준 신부님이 1회 상영할 때 마다 20만원만 받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문재인 대통령도 동참해 이달 말 청와대에서도 영화가 상영된다고 합니다. 일반인들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재개봉됐으면 하네요. (끝) /ac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