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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출신이 말하는 외식 사업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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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윤 한경비즈니스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유럽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클램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출신 셰프의 고품격 스페인 요리와 독일 정통 맥주, 템포가 빨라 신나는 전자 댄스 음악 이디엠(EDM)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장소입니다.”

독일 맥주 브랜드 크롬바커를 독점 수입해 주류 유통 사업을 이어오던 최승연(48) 케이비코리아 대표는 7월 19일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오픈한 클램에 대해 자신 있게 소개했다.

클램 본점은 부산 서면에서 지난해 3월 처음 문을 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인기를 끌며 서울에 진출한 외식 브랜드들이 부산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클램도 성장세가 주목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콘셉트는 정통 스페인 음식점과 유럽식 펍을 결합한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공간이다.

클램은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지역 바닷가에 자리한 수백 개의 타파스 바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됐다. 타파스는 식사 전 술과 함께 간단히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스페인식 애피타이저다.

최 대표는 2009년 문을 연 크롬바커의 안테나숍 역할을 하던 역삼동 1호점 매장을 올해 5월 클램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국내 외식업계에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들이 들어왔지만 아직까지 스페인 문화와 음식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지는 않아 희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존에 선보였던 유럽 스타일의 펍이 아닌 프리미엄급 스페인 요리와 접목했다는 점에서 성공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주류 수입·유통 사업을 키워 온 경험으로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탁월해서일까.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클램은 오픈하자마자 두 달 새 강남 여성들을 중심으로 2030세대의 핫 플레이스라고 입소문이 났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해운대와 원주·전주·대구 등 7개 매장의 문을 열었다. 클램은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된 스탠딩 파티 분위기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어깨가 들썩들썩거리는 클럽 음악이 흐르고 오픈 키친에서 셰프 6명이 고급 요리를 만든다. 바와 테이블을 오가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발랄함이 절로 넘친다.

◆‘클램’ 성공 비결은 철저한 프로 정신

수입 주류 유통업과 외식업을 연달아 성공으로 이끌고 있는 최 대표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가족 대대로 주류업을 이어온 것도 아니고 술을 좋아해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는 독일의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 출신이다.

최 대표는 유학길에 오른 아버지를 따라 4세 때 오스트리아로 건너갔다. 그는 그곳에서 자라 빈 국립상과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지멘스에 입사해 10년간 몸담았다. 최 대표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31세가 되던 2000년 독일의 맥주 브랜드 크롬바커의 독점 계약권을 따면서였다.

최 대표는 크롬바커라는 브랜드에 확신을 갖고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와 크롬바커 수입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알프스 산에서 내려온 깨끗한 물로 만들어 맛이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독일연합이었던 오스트리아와 체코는 맥주의 근원지랄 수 있고 슬로바키아·아일랜드 역시 맥주 맛이 일품입니다. 맥주는 물·맥아·홉으로 이뤄져 있고 제조 방식과 지역에 따라 각각 맛이 달라집니다.”

세계 각국에서 생산하는 맥주의 역사와 종류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은 최 대표는 외식업에 손을 뻗치게 된 사연과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 대표는 “주류 유통업과 달리 외식업은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며 “최종 소비자를 바로 맞닥뜨리는 매장에서는 식사재 관리, 메뉴 구성, 직원 서비스 등 아주 작고 사소한 사안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프로 정신으로 고객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요리 메뉴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질이 좋지 않은 싸구려 식자재를 사용한다거나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고객을 대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철칙이다.

그는 “1명의 고객 뒤에는 100명, 1000명의 고객이 기다리고 있다”며 “한 명이 감동하면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이 모두 모여들 것이고 한 명의 고객이 불만족해 혹평을 쏟아내면 그 매장은 점점 고객이 등을 돌리는 망하는 매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자기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비싸더라도 무조건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독일인의 근면 성실하고 믿음 가는 국민성이 습관처럼 몸에 배었기 때문에 사업을 하면서도 지켜야 할 것은 철저하게 지킨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업에 몸담았다가 외식 사업가로 변신해 성공한 사업가로
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인생을 살며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찾아올 기회를 받을 그릇이 되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 유럽의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접목한 외식 브랜드를 국내에 순차적으로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 / socool@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 1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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