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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한의사는 MD(Medical Doctor)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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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한의사들의 영문 면허증에 ‘MD(Medical Doctor)’ 표기를 허용해야하는지 여부를 놓고 공방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발단은 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비롯됐는데요. 진흥원은 “한의사의 세계 진출을 위해서는 영문 면허증에 MD 표기를 해야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양의사들의 반발로 이 보고서가 삭제되자 한의사들이 발끈하고 나선 겁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미주지역 한방 의료기관 진출 전략 개발’ 관련 연구보고서가 양방 의료계의 억지주장과 논리로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며 “양방의료계는국민 건강증진과 국가 발전을 위해 도 넘은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한의사가 해외에서 인정받고 공식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중국 의사들처럼 한의사의 영문면허증에 ‘MD’ 표기를 해야하고, 우리나라 12개 한의과대학이 세계의학교육기관목록(WDMS)에 등재돼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져있습니다. 그러나 양의사들은 면허증에 MD 표기를 하려면 세계적으로 공인된 의학교육을 받아야한다고 반박합니다. 중국 의사들에게 MD표기를 허용하는 것은 중국 의대에서 중의학과 의학을 함께 가르치고 해당 학교들이 WDMS에 등재돼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원래 우리나라 한의과대학들이 WDMS에 등재돼있었는데 양방의료계의 반대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2010년 한의과대학 전체가 목록에서 삭제됐다”면서 “한의계는 WDMS 재등재를 추진해 왔지만 양방의료계의 집요한 방해로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양의사들이 무조건 반대입장을 표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세계 의료시장을 주도해 나가려면 한의와 양방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내부에서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어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31개의 중의과대학이 WDMS에 등록돼있습니다. 몽골과 조지아,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베트남 등의 전통의학대학도 목록에 WDMS 리스트에 올라와있다고 합니다. 한의사든 양의사든, 한국에 있는 의사들 모두가 우리나라의 의학 기술력을 세계에서 인정받도록 서로 도왔으면 좋겠네요. (끝) /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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